‘불황 속의 안정추구’ ‘기존 업종의 진화’. 이 두 가지가 내년 창업시장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해 잠재적인 창업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경기불황 속에서 안정적인 창업을 원하는 창업자들의 심리를 반영, 눈치 보기와 신중한 창업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창업비는 적은 대신 수익은 짭짤한 강소형 점포 창업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이제 나올 아이템은 다 나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존에 노후화된 업종들이 업그레이드되고 재조명돼 창업시장을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성장 추세인 간편식 시장에서 한솥도시락이 가맹점 확산을 주도할 전망이다. 한솥 제공
급성장 추세인 간편식 시장에서 한솥도시락이 가맹점 확산을 주도할 전망이다. 한솥 제공
○간편식이 뜬다

도시락, 밥버거, 컵밥 등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도시락으로 대표되던 간편식 시장에 밥버거, 컵밥 등 신개념의 간편밥까지 등장해 빠른 속도로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다. 간편밥 업종이 뜨는 것은 1인 가구 증가, 캠핑 인구 급증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점포임대료를 제외하고 4000만원 이하로 창업할 수 있는 소점포,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란 점 덕분에 예비창업자가 몰린 것도 단기간에 급성장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간편식 시장을 이끌던 도시락은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도시락 시장의 리더격인 한솥도시락은 2011년 이후 매년 100개씩 가맹점을 늘려 이달 현재 638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간편식 시장의 빅뱅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300개 이상 가맹점을 늘려 1000개를 돌파한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진용 한솥 마케팅팀장은 “새로 생기는 가맹점들은 기존의 테이크아웃형 매장과 달리 도시락과 함께 음료를 팔고 있으며 내년에는 취급 상품을 더 다양하게 늘려 컵밥까지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먹밥이나 컵밥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2009년 창업, 2011년 11월에 첫 가맹점을 낸 ‘봉구스밥버거’는 2년 만에 600개가 넘는 가맹점을 확보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햄버거의 빵 대신 밥으로 내용물을 둘러싼 밥버거는 일종의 주먹밥이다. 상품 가격이 1500~2000원으로 싸고, 창업비도 점포 크기별로 4000만원 이하 들어가는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어서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봉구스밥버거의 성공에 자극받아 밥버거를 벤치마킹한 컵밥 전문 브랜드들까지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어 내년 간편밥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존 업종도 진화

족발, 닭발 등 서민 메뉴도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족발, 닭발이 진화를 거듭해 거리로 진출하고 있다. 시니어나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구시대의 음식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좋아하는 퓨전 음식으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메뉴는 콜라겐과 젤라틴,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돼 미용과 건강에 좋다는 얘기가 널리 퍼지고, 개인 독립점들이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고객층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교동 홍대거리에 있는 ‘족발중심’에는 젊은이들이 북적댄다. 허름한 족발집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고 팝아트 풍의 모던한 카페 분위기를 연출한 점포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 가게는 내년에 가맹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천하제일왕족발’도 분당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기존의 쌈장, 새우젓 대신 자체 개발한 퓨전 소스와 양상추, 양배추, 당근 등을 채로 썰어 만든 샐러드 등으로 메뉴를 차별화했다. 지난 9월 개점한 이 브랜드는 내년에 가맹점 50개를 연다는 목표다.

본초불닭발은 기존 전통시장이나 포장마차에서 팔던 닭발을 진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본사 공장에서 원재료들을 모두 세척해 손질한 뒤 일일이 수작업으로 직접 구워 조리한 후 진공 포장해 가맹점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 닭발집에서 불 맛을 내기 위해 목초액을 섞는 것과 달리, 불 위에 화산석의 일종인 현무암을 얹어 구워내 자연스러운 불 맛도 살린다. 매운맛을 내기 위해 기존 닭발집이 흔히 사용하는 캡사이신을 넣지 않고 국내산 고춧가루와 9가지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2011년 9월 부산에 1호점을 오픈한 이 회사는 현재 25개 가맹점을 두고 있다. 상권, 점포 규모 등에 따라 홀 판매형, 테이크아웃형, 배달형 점포를 유연하게 개설해주고 있다. 2014년에는 공격적인 가맹사업을 전개해 100호점을 돌파할 계획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