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첫 임원보수 공개의 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동양에서 임원 보수로 올 들어 14억원 넘게 받았습니다.”

지난달 29일 공시를 확인하던 후배기자로부터 현 회장 보수와 관련한 첫 보고를 받은 것은 오후 7시를 넘은 시간이었다. 한국거래소 공시부 관계자에게 확인해봤다. “그러지 않아도 관련 직원들이 철야를 각오하고 공시내용을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다시 기자실로 돌아와 상장사 등의 분기보고서 내용을 일일이 살펴봤다. 장 마감 이후 이날 오후 7시까지 쏟아져 들어온 분기보고서는 400개가 넘었다.

개정된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상장사 등에서 총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는 이날부터 처음 공개됐다. 그렇더라도 주요 기업은 이를 피해 갔을 것으로 짐작됐다. 의무공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까지만 3분기 보고서를 공시하면 오너 경영인 등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하지만 동양 계열사와 몇몇 회사는 보고서를 통해 연봉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불완전 판매 등 논란을 거듭 중인 ‘동양 사태’의 중심에 있는 동양그룹 총수 부부가 동양,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에서 지난 1~9월 총 45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은 뒷말을 낳고 있다. 밤 10시께 기사가 나가자, 온라인에선 동양그룹 총수 부부가 4만명의 투자자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는 이럴 수 있느냐는 비난의 글이 이어졌다.

동양그룹 총수 부부의 고액 연봉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실패한 경영자일 뿐 아니라 사회에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리더가 기업이 어려운 와중에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하지만 밤낮없이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선량하고 유능한 경영자들까지 도매금으로 비난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내년 3월 말이면 모든 기업이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 연봉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임원 보수 공개를 계기로 확산될 수 있는 반기업 정서가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데까지 이어져선 곤란하다. 새로운 제도는 불확실한 경제전망 속에서 대표 기업들을 이끌어가는 총수와 임원들을 응원하는 데 쓰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동욱 증권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