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자배정 유상증자 허점 파고든 '콜옵션'
마켓인사이트 12월1일 오전 5시7분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유상증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콜옵션’(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취하는 사례가 나왔다.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자금 납입일을 증자 발표일보다 1~2개월 늦게 잡은 뒤, 주가 흐름을 보고 신주 취득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3자배정 유상증자는 납입일에 대한 제한이 없는 데다, 공모 증자와 달리 신주 발행가격이 납입일 당시의 시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시가 보고 증자 납입 ‘판단’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자동화설비 제조업체인 유니드코리아(옛 쓰리피시스템)는 최대주주인 조규면 대표 등을 대상으로 한 8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지난주 철회했다. 지난 10월10일 결의한 증자 납입일을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 증자 발표 이후 유니드코리아 주가가 급락하자 조 대표 등이 자금 납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유니드코리아 주가는 증자 발표 이후 한 달 새 30% 가까이 급락해 신주 발행가격인 주당 4500원을 크게 밑돌았다.

3자배정 유상증자 발표 직후 납입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유상증자 납입일을 발표일보다 한 달반 늦게 잡아서 가능했던 일이다.

유니드코리아는 증자를 철회하면서 조 대표 등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을 발표했다. 3자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45억원으로 줄이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억원을 발행하는 방안이다. 이번 증자의 신주 발행가격은 3300원으로 종전 4500원보다 크게 낮아졌다. 급락한 시세를 반영한 것이다.

조 대표는 지난 10월 초 유니드코리아 증자에 37억원을 투자하면서 최대주주(13.84%)에 올랐다. 당시에도 9월10일 증자를 발표하고 10월2일 자금을 납입했다. 당시엔 납입 당시 주가가 5000원 수준까지 급등하면서 신주 발행가 3000원을 크게 웃돌았다.

◆3자증자 규정 ‘허점’ 이용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이 유상증자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최대주주 등에게만 ‘콜옵션’을 부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선 발행가 산출기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사회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을 이사회 결의 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공모 증자는 납입일 당시 주가가 신주 가격에 반영되지만 3자배정 증자의 신주 가격은 시가 영향을 받지 않아 콜옵션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최대주주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건 반대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라며 “행위 자체를 위법으로 보긴 어렵더라도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식가치가 훼손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유니드코리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비공개로 결의된 만큼 자본조달 방식을 바꾼 세부적인 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심은지/조진형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