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극한 대치] "준예산 있으니 끝까지 가자는 생각…경제 외면한 위험천만한 발상"
“‘준예산이라는 제도가 있으니 끝까지 갈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위험한 발상입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1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를 요청한 자리에서 “준예산 편성의 파급 영향은 집행의 지연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며 “지금은 경제 운영의 비상 국면”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경제, 법안 등 모든 것을 빨아들여 꼼짝 못 하게 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고착화하면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 부총리는 특히 예산이 정쟁의 수단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예산은 갓난애부터 어르신까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근간”이라며 “대학생 등록금, 노인 기초연금을 비롯해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는 경기를 봤을 때도 여야의 극한 대치는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한국은 다르다는 차별론을 강조해왔다”며 “앞으로도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줘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와 정책 신뢰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논리냐, 정치논리냐는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이는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전제 아래 의미가 있다”며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증폭돼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준예산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현 부총리는 “일부에서는 연말까지는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겠느냐고 낙관하고 있고, 일부는 준예산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위험천만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한 줄 들어가 있을 뿐 법률이나 시행령에 준예산 편성 지침이라는 게 따로 없다”며 “마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정도로 간주하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플랜B’를 검토하고 있지만 준예산은 천재지변 등을 의식해서 만든 제도지 국회 처리 등으로 지연될 때를 대비해서 만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예산심사의 전제로 요구하는 것과 관련, “특검과 준예산의 경제적 비용을 따져보면 명백한 것 아니냐”며 “어느 쪽에 더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한 번 눈을 돌려서 경제 상황을 보라”고 반문했다.

현 부총리는 “국민은 집 나간 가족을 기다리는 심정일 것”이라며 “반대해도 좋으니 국회 바깥에서 얘기하지 말고 좀 들어와서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민주당의 복귀를 호소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