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美증시, 적정 수준인가…논란 가열
“중앙은행(Fed)과 시장전문가들이 한판 붙었다.”

미국 증시에 버블(거품) 논쟁이 달아오르면서 나온 얘기다. 벤 버냉키 Fed 의장에 이어 차기 의장 내정자인 재닛 옐런 부의장,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등 Fed의 과거·현재·미래 수장이 마치 입을 맞춘 듯 약 1주일 간격으로 “증시에 버블 징후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후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품을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버블 탐구’로 유명한 그는 1일(현지시간) 금융 주간지인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증시가 아직 거품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면서도 “주가가 더 오를지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실러 교수는 자신이 통계를 내고 있는 S&P500지수의 ‘계절조정 주가수익비율(CAPE:경기변동 요인을 감안한 순이익으로 계산)’이 현재 25.2배라고 설명했다. 이는 2007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역사적 평균(16.5배)보다도 훨씬 높지만 아직까지는 ‘경고 수준(20~28.8배)’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러 교수는 또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직 경고음을 울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나라의 주식이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주식시장의 붐이 걱정된다”고 했다. 우량주 30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지수는 올 들어 25% 상승했으며 S&P500지수는 26% 올랐다.

월가의 ‘닥터둠(Dr.Doom·비관론자)’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는 지난달 30일 CNBC에 출연해 “거대한 투기 버블이 주식시장과 채권, 비트코인, 농장 등 모든 자산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옐런이 양적완화 축소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에 월가에 낙관론이 퍼져 있지만 “Fed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드거 피터스 퍼스트쿼드란트 자산운용의 투자전략가는 “증시가 아마도 내년 1분기에 10%가량 하락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주가가 버블 영역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옐런도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주가가 버블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Fed에 맞서지 말라’는 증시 격언을 되새기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