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투견 투계 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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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천자칼럼] 투견 투계 투우…](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00221.1.jpg)
블러드 스포트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같은 종끼리 싸움을 붙이는 게 첫 번째 유형이다. 수컷의 공격성을 이용한 투견 투계 소싸움이 이런 부류다. 중국에는 귀뚜라미 싸움도 있다. ‘투실’로 불리는 이 게임은 당나라 때부터 있었다고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귀뚜라미도 체급이 있어 계체량을 통과해야 한다. 경기를 앞두고는 달걀, 칼슘가루 등 보양식도 먹인다. 챔피언 귀뚜라미는 몸값만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두 번째 유형은 다른 동물 간 싸움으로, 잔인하기로 따지면 으뜸이다. 19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유행하던 ‘베이팅(baiting)’이 대표적인데 개를 풀어 다른 동물을 물어 죽이거나 굴복시키는 게임이다. 곰이나 소 오소리 쥐 등이 이 잔인한 오락거리의 희생양이 됐다. 해당 동물이 죽거나 쓰러지는 시간을 재서 근사치를 써낸 순으로 배당금이 돌아가는 식이었다.
불독(bulldog)이라는 이름도 소를 상대로 한 베이팅(bull baiting)에 자주 동원되던 개의 품종에서 유래됐다. 한때 일본에서 유행하던 충왕전(蟲王戰)은 이종 절지동물들 간 싸움이다. 좁은 공간에 사마귀 거미 전갈 지네 말벌 사슴벌레 등을 집어 넣고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움을 시켰다. 마지막 유형은 인간과 동물 간 싸움이다. 과거 콜로세움에서 행해졌던 인간과 사자의 싸움, 그리고 지금도 존재하는 투우가 여기에 속한다.
핏불테리어라는 개로 투견 도박을 벌이던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한 쪽이 죽거나 다칠 때까지 싸움을 시키고 지면 보신탕용으로 팔아 넘겼다고 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동물싸움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동물학대로 볼 것인지 합의된 기준도 없고, 피가 나지 않는다고 잔인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서양의 투우는 폐지 논란 속에서도 아직 건재하고 우리의 소싸움은 고유 민속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보신탕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블러드 스포트를 두고 재연될지도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