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은 잡았지만 > 새누리당의 최경환 원내대표(왼쪽부터)와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4자 회동’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손은 잡았지만 > 새누리당의 최경환 원내대표(왼쪽부터)와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4자 회동’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2일 무한 대치 정국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련한 ‘4자 회담(새누리당·민주당 대표 및 원내대표)’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여야 지도부는 일단 3일 오전 다시 만나 회담을 속개하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감사원장·보건복지부 장관·검찰총장 임명 강행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특히 4자회담이 끝나기 전에 이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 계획이 발표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년 예산안 처리가 이날을 기점으로 법정처리 기한을 넘긴 상황에서 4자 회담마저 성과가 없으면 정국 경색이 심화돼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번 4자 회담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지난달 25일 ‘4자 협의체’ 제안에 대해 ‘조건없는 4자 회담’으로 역(逆)제안하고 김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여야 대표는 4자 회담 시작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황 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허심탄회하게 모든 문제를 얘기하고 정기국회에서 좋은 결실을 보기 위해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황 대표가 (4인 협의체 제안 후) 3~4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4일째 되는 날(지난달 28일)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날치기 처리로 답했다”며 “많은 게 잘못돼 있으나 이번 회담이 정치를 복원하고 정국 정상화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후 비공개로 1시간20여분간 진행된 회담에서는 책상을 치고 고성이 흘러나오는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황 대표가 “민생을 위해 정치와 예산 문제는 분리해 내년 예산안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말하자, 김 대표가 책상을 치며 “누구는 국민 걱정 안 하느냐. 하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여당이 먼저 받아줘야 한다”고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김 대표는 흥분한 어조로 “답답하다. 답답해. 나 김한길이 관둬도 좋다 이거야. 누가 죽나 한번 봅시다”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설치와 특검 도입 등 이른바 ‘양특’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새누리당은 특위는 받아들일 수 있어도 특검은 절대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이날 박 대통령이 감사원장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것을 놓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정당한 법절차에 의거해 세 분을 임명했으며, 이는 적절하고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자회담이 열리는 시간에 임명을 강행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정호/이호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