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눔은 자기 성장이다
‘인간’이라는 단어는 ‘사람 인(人)’자와 ‘사이 간(間)’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이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참된 기쁨과 자기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더불어 사는 삶이란 곧 나눔의 삶을 의미한다. 돕고, 나누고, 서로를 채워주는 과정이 더불어 사는 삶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눔은 자기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것을 덜어내어 다른 이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자신을 비움으로써 스스로를 채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적십자사와의 인연이 오래되었지만 주변에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이들을 보며 나눔으로 인해 궁핍해졌다는 이야기를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나눔에 앞장서는 이들 대부분은 “나눔을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참된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나눔이 채움이 되는 이유다.

상대방의 아픈 마음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안목과 가치는 말할 수 없이 넓어진다.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알게 되고 활력을 되찾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생수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눔을 통한 성숙을 경험해본 사람은 더욱더 많은 것들을 나누려는 성질을 보인다. 적십자사에는 3대를 이어 봉사하는 가정이 많이 있다. 나눔의 유익을 경험해본 세대가 자신의 자녀에게, 손자손녀에게 이것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나누지 않고서는 참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눔은 상생의 비결이다. 나눔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 나눔을 통해 서로가 발전해갈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누구든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자신의 시간을 나눌 수도 있고, 재능을 기부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세상의 그 누구도 나눌 것이 없는 사람은 없다.

얼마 전 필리핀 재해 복구 지원을 위해 본사에서 몇몇 직원들이 파견을 나갔다. 그들의 보고를 받으며 나는 어제와 다른 직원들의 모습을 본다. 나눔과 봉사로 한결 성숙해진 모습들을 보며 나눔은 채움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시류에 편승한 성장이 아닌, 불변하는 자기 성장의 비결을 꿈꾼다면 나눔을 실천하자. 나눔은 비움이 아닌 채움이다.

유중근 < 대한적십자사 총재 june1944@redcross.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