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B급 기업의 '궁여지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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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전환우선주' 발행 급증
당장 현금 확보는 해야겠고 신용등급 낮아 영구채는 힘들어
두산건설·동부팜한농·롯데건설, 보통주 전환권+배당수익률 고수익 약속 RCPS 발행 추진
당장 현금 확보는 해야겠고 신용등급 낮아 영구채는 힘들어
두산건설·동부팜한농·롯데건설, 보통주 전환권+배당수익률 고수익 약속 RCPS 발행 추진
▶마켓인사이트 12월3일 오후 3시
‘B급 기업의 영구채’. 재무구조가 시원찮은 대기업들이 요즘 상환전환우선주(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를 부르는 말이다. 부채비율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코앞에 닥친 회사채 만기 상환을 해결할 카드로 요긴한 구석이 많은 까닭이다. RCPS는 실질적으로 ‘보통주 전환 선택권이 붙은’ 채권 성격이 짙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최근 들어 RCPS 발행에 나서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는 배경이다.
◆취약 업종 기업들 연이어 추진
3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산건설과 롯데건설, 동부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확보 방안으로 RCP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황 부진 탓에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가 대다수다. RCPS는 보통주 전환 선택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정기적인 우선배당률(또는 보장 수익률)을 약속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주 일반공모를 실시하기엔 주가 전망이 탄탄하지 못하고 영구채권을 발행하기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가 RCPS”라고 진단했다.
국내 시공능력 12위 두산건설은 4000억원 규모의 RCPS 발행을 추진 중이다. 시공능력 7위 롯데건설은 오는 16일 1299억원의 RCPS를 발행키로 했다. 연 6.1%의 우선배당률을 투자자에 약속하고 2년 뒤 회사가 조기상환선택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엔 투자자에 유리한 쪽으로 배당률을 재조정한다는 조건을 담았다.
동부그룹 계열사 중엔 동부팜한농이 지난 9월 3283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동부특수강은 지난해 2월에 이어 2015년에도 700억원의 RCPS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최근 자구계획에서 밝혔다.
◆비용 더 들어도 자본 확보엔 ‘굿’
RCPS는 회사채 이자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오르면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어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편. 하지만 ‘+α’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추가로 들어주는 게 보통이다. 자금 확보가 그만큼 급하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농약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동부팜한농은 지난 9월4일 연 8.5~10%의 고수익을 약속함으로써 RCPS를 발행할 수 있었다.
중견 해운업체 폴라리스쉬핑은 2010년과 2012년 각각 연복리 10.5%(3년 만기)와 13%(5년 만기)의 배당수익률로 RCPS를 찍었다. 롯데건설 RCPS 발행 과정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금융회사 입장에선 채권보다 위험 가중치가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고수익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그럼에도 RCPS 발행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건 위험 분산과 자금 확보 측면에서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전선은 RCPS와 비슷하지만 상환 조건이 빠져 있는 전환우선주(CPS) 5540억원어치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 출자전환을 위한 방편으로 배당수익률은 연 3% 수준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제조업체 의결권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는 법률 때문에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B급 기업의 영구채’. 재무구조가 시원찮은 대기업들이 요즘 상환전환우선주(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를 부르는 말이다. 부채비율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코앞에 닥친 회사채 만기 상환을 해결할 카드로 요긴한 구석이 많은 까닭이다. RCPS는 실질적으로 ‘보통주 전환 선택권이 붙은’ 채권 성격이 짙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최근 들어 RCPS 발행에 나서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는 배경이다.
◆취약 업종 기업들 연이어 추진
3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산건설과 롯데건설, 동부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확보 방안으로 RCP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황 부진 탓에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가 대다수다. RCPS는 보통주 전환 선택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정기적인 우선배당률(또는 보장 수익률)을 약속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주 일반공모를 실시하기엔 주가 전망이 탄탄하지 못하고 영구채권을 발행하기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가 RCPS”라고 진단했다.
국내 시공능력 12위 두산건설은 4000억원 규모의 RCPS 발행을 추진 중이다. 시공능력 7위 롯데건설은 오는 16일 1299억원의 RCPS를 발행키로 했다. 연 6.1%의 우선배당률을 투자자에 약속하고 2년 뒤 회사가 조기상환선택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엔 투자자에 유리한 쪽으로 배당률을 재조정한다는 조건을 담았다.
동부그룹 계열사 중엔 동부팜한농이 지난 9월 3283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동부특수강은 지난해 2월에 이어 2015년에도 700억원의 RCPS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최근 자구계획에서 밝혔다.
◆비용 더 들어도 자본 확보엔 ‘굿’
RCPS는 회사채 이자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오르면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어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편. 하지만 ‘+α’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추가로 들어주는 게 보통이다. 자금 확보가 그만큼 급하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농약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동부팜한농은 지난 9월4일 연 8.5~10%의 고수익을 약속함으로써 RCPS를 발행할 수 있었다.
중견 해운업체 폴라리스쉬핑은 2010년과 2012년 각각 연복리 10.5%(3년 만기)와 13%(5년 만기)의 배당수익률로 RCPS를 찍었다. 롯데건설 RCPS 발행 과정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금융회사 입장에선 채권보다 위험 가중치가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고수익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그럼에도 RCPS 발행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건 위험 분산과 자금 확보 측면에서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전선은 RCPS와 비슷하지만 상환 조건이 빠져 있는 전환우선주(CPS) 5540억원어치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단 출자전환을 위한 방편으로 배당수익률은 연 3% 수준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제조업체 의결권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는 법률 때문에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