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디폴트 위기 오나…반정부 시위 장기화로 CDS 가격 급등
동유럽 신흥국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반정부 시위가 12일째 이어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우크라이나의 디폴트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 5년 만기 국채에 대한 달러 표시 신용부도스와프(CDS) 가격은 1118.54달러로 약 13% 급등했다. CDS 가산금리는 1%포인트 오른 10.67%까지 치솟았다. 2023년 4월 만기인 장기 국채금리도 10.57%로 0.61%포인트 올랐다.

우크라이나의 국가 신용등급은 이미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투자 부적격으로 판정된 상황이다. 무디스는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신용등급을 ‘B3’에서 ‘Caa1’으로 강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각각 ‘B-’로 매겼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달 21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돌연 중단하고 친러시아 노선으로 돌아서면서 불거졌다. 시위에는 35만여명이 모였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경제협력 강화 차원에서 3일 중국으로 떠나며 “좋은 전쟁보다는 나쁜 평화가 더 낫다”고 시위대에 호소했다. 이날 야권이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며 상정한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정국이 더욱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엔 복잡한 역사·정치적 배경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17세기부터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하기까지 러시아로부터 핍박받았던 역사 때문에 반러 감정이 심하다.

또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004년 오렌지 혁명 당시 부정선거 논란으로 당선이 무효화돼 빅토르 유셴코에게 당시 대통령 자리를 내줬던 인물이다.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된 야누코비치는 2011년 오렌지 혁명의 주역이자 친서방 정책을 폈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권력 남용 혐의로 투옥했다. 수감 중인 티모셴코는 지난달 25일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하며 반정부 시위대를 독려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