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ETF 시장 발전과 소비자보호’ 심포지엄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사회),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김용우 금융감독원 국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교수,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상무.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ETF 시장 발전과 소비자보호’ 심포지엄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사회),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김용우 금융감독원 국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교수,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상무.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지난 10년간 50배 성장했지만 소비자들이 제대로 이해하면서 투자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3 ETF 시장발전 및 소비자보호’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ETF 시장이 제2 도약을 이루려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길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선 안 교수와 김용우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 총괄국장,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 총괄상무 등이 토론을 벌였다. 남진웅 금융투자협회 상근부회장과 윤용암 삼성자산운용 사장, 이희권 KB자산운용 사장,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박종규 우리자산운용 사장을 비롯해 금융계와 학계, 일반 투자자, 대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ETF 수익률 오해 소지 많다”


[한경 ETF 심포지엄] 50배 성장한 '금융계 반도체' ETF…"투자 위험도 관리해야"
ETF 시장이 팽창하면서 투자자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ETF의 수익률이 지수를 정확하게 추종하지 않아 당초 기대만큼 이익을 보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특히 지수 대비 2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 지수가 떨어질 때 오히려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의 경우 이 같은 분쟁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재규 본부장은 “레버리지 ETF만 해도 선물 투자를 병행하는데, 선물과 현물가격 간 종가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지수 대비 수익률이 2배를 초과하거나 밑돌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 상품이 하루 수익률의 2배가 아닌 전체 투자기간 수익률의 2배가 나는 것으로 오해하면서 분쟁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대세 상승장에선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2배 이상 웃돌지만 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선 기대 수익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재홍 상무는 “기본적으로 비과세 상품이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이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에 손쉽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이 ETF”라며 “다만 유동성이 부족한 일부 ETF는 투자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증시가 열리는 오전 9시부터 10분간, 마감 직전인 10분간 각각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각 상품의 호가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사 설명 부실 땐 배상위험

전문가들은 ETF의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들이 투자자에게 훨씬 친절한 설명을 해줘야 할 의무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처럼 대규모 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안수현 교수는 “레버리지와 인버스뿐만 아니라 합성 ETF 등 복잡한 구조의 파생형 ETF가 많이 나오는데 추적오차 등의 개념을 투자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융회사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자칫 소송이 속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컨대 미국의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전문운용사인 D사는 2008년 ETF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피소됐고, 지난 5월 총 8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레버리지 ETF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투자설명서에서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별도로 이 회사에 “투자설명서에 경고 문구를 넣으라”고 지시했다. 반면 또 다른 운용사인 P사는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으나 ‘일반인이 알기 쉬운 용어로 위험을 잘 설명했다’는 이유로 승소했다.

조 상무는 “투자자들이 똑같은 구조의 ETF를 매매하더라도 상품에 따라 최대 5배의 보수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이런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상품별로 비교돼야 민원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호주에선 위험성 철저 공지”


김용우 국장은 “자산운용사들이 신상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 보호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지 판매 확대에 초점을 맞춰선 ETF 시장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때문에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를 선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미국 호주 홍콩 일본 등 선진국의 금융당국 홈페이지를 보니 요즘 최고 인기상품인 ETF에 대한 투자자 유의사항 및 분쟁 내용을 빠짐없이 소개했더라”며 “한국에선 ETF에 대한 위험성보다 홍보자료에 치중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고 했다. 배 본부장은 “ETF의 경우 투자자들이 직접 매매 주문을 넣는 방식이어서 판매사보다 발행사인 자산운용사가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공지하고 투자자를 이해시키느냐 하는 게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운용사들이 ETF에 대해 일반인 교육을 강화할 필요를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김형태 원장은 “ETF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수많은 부문에 동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계의 반도체”라며 “ETF 시장이 또 한 번 도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소비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 ETF

Exchange Traded Fund.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주가지수 연동형 펀드. 인덱스펀드와 비슷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점이 다르다. 환매수수료와 증권거래세가 없어 거래 비용이 저렴하다.

조재길/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