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이 지난 2일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 해역에서 해상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도=사진공동취재단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이 지난 2일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 해역에서 해상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도=사진공동취재단
“현재 이 비행기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오전 9시9분.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P3-C)에는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이제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 상공은 일본의 방공구역이기도 하다. P3-C가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이었다.

중·일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지만 해군 해상초계기는 거침없이 이어도를 향해 전진했다. 이미 계획된 비행이라 일본에 미리 통보했기 때문에 일본 측과 교신할 필요는 없었다. 중국 측에도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은 우리 정부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KADIZ를 넘어 5분쯤 지나자 해상초계기는 속도와 고도를 모두 낮췄다. 비행기가 마치 바다 위의 배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해상초계 임무를 시작했다는 신호다. 이제 바다와 비행기 사이의 거리는 불과 150여m.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어도가 선명하게 보였다. 주황색 철골구조물 위에 있는 건물과 헬기착륙시설이 바다 위 암초이긴 하지만 ‘주인’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어도는 바다 밑 4.5m 아래에 있다.

해상초계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태극기를 단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도 이어도 인근에 나타났다. 율곡이이함은 이번 합동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전날인 1일 오후 2시30분 진해에서 출발했다

이곳 이어도 인근 지역은 중·일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고 동시에 한·중·일의 작전구역(AO)도 일부 중첩되는 곳이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일본의 초계기가 거의 24시간 초계비행을 하는 곳”이라면서도 “우리 또한 정상적으로 관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해경 함정은 이어도 서남방 지역 75마일까지 접근한다고 한다.

잠수함 탐지와 해상경계 활동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 P3-C는 주 2회 이어도에서 초계 비행을 한다. 해상초계기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 영해로 접근하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일이다. 이날은 탐지용 부표를 투하하지 않았지만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되면 바로 음탐부표를 바다로 내려보낸다. 의심선박 등을 구별해 해경에 통보한다. 율곡이이함과 같은 해군 함정은 정기적으로 초계활동을 벌이는 해상초계기와 달리 정기·부정기적으로 인근 해역에서 초계활동을 펼친다.

해군은 지난달 23일 중국이 C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뒤에도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율곡이이함에 탑승해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군 관계자는 “현재는 긴급 상황이 발생해도 2박3일 걸린다”며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는 2015년 말부터는 이동시간이 6시간(시속 17노트 기준)으로 줄어 당일 작전이 가능해 이어도 관할권을 더욱 확고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도=국방부 공동취재단/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