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채권 급증…자금시장 불안 '경고'
차입금 갚기가 벅찬 한계기업 가운데 대기업이 늘면서 부실위험을 ‘대형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기업 부실이 현실로 닥칠 경우 전체 자금시장의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LG경제연구원은 3일 ‘부실위험 기업의 대형화가 금융회사 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 규모가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6조8000억원 늘어난 39조8000억원에 달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올 들어 증가한 부실자산은 대부분 은행에서 발생했는데 대기업 대출이 특히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 부문의 경우 대기업의 부실채권 증가폭은 올 들어 9월까지 8조5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2000억원을 훨씬 웃돌았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증가폭은 10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동일했다.

보고서는 올 들어 대기업의 부실 정도가 커지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행된 반면 대기업은 최근에야 부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자보상배율 1을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을 살펴봐도 대형화 추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상장기업의 차입금 가운데 한계기업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3.3%에서 올해 상반기 34.0%로 확대됐다. 한계기업의 평균 차입금이 같은 기간 1270억원에서 6799억원으로 5.4배 뛴 데 따른 것이다.

한계기업의 차입금 가운데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3.2%에서 99.1%까지 치솟으면서 개별 부실의 덩치 자체가 커졌다.

이 연구위원은 “상장사 가운데 한계기업의 차입금은 대부분 대기업이 갖고 있는 셈”이라며 “1개 대기업의 부실은 25개 중소기업의 부실과 비슷할 정도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해답이라며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추가적인 자금 공급을 억제해야 부실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