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LED모듈 램프 고속성장…금호전기, 곧 적자터널 탈출할 것"
“사업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부터는 회사가 완전히 정상화될 겁니다.”

지난달 29일 경기 오산에 있는 금호전기 본사에서 만난 박명구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어두컴컴한 적자의 터널을 올해 말이면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번개표’로 유명한 78년 역사의 국내 최장수 조명업체 금호전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936억원에 순손실 13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연간 매출 3870억원에 순손실 671억원이었다.

박 부회장은 “400억원 넘게 투자한 LED칩 계열사 ‘더리즈’가 작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투자 가치가 0원이 되면서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8월 형광등(CCFL) 사업을 중단했는데 감가상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그러나 “적자는 1회성이기 때문에 올해 실적까지만 영향을 준다”며 “내년부터는 금호전기를 비롯해 모든 계열사들이 정상 궤도에 올라탈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신감의 원동력은 크게 세 가지다. 자동차 램프용 LED 모듈을 만드는 계열사 금호HT의 고속 성장이 첫째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와 GM대우에 이어 최근 미국 GM 본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내년부터 자동차용 램프(T20 웨지램프)를 공급키로 했다.

박 부회장은 “내년에 금호HT는 올해보다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지분율만큼 순이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금호전기는 지난 10월 금호HT 지분율을 51%에서 68%로 높였고 내년 3월까지 82%로 더 늘릴 계획이다. 그는 “금호HT가 잘돼 지난 6월부터 모듈라인 일부를 위탁 생산하기 시작한 더리즈도 10월 들어 흑자로 돌아섰다”며 “법정관리 졸업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둘째는 LED 패키지 계열사 루미마이크로의 선전이다. 박 부회장은 “LED 조명 열기가 뜨거운 일본에서 루미마이크로 시장 점유율은 약 30%에 달한다”며 “내년에도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루미마이크로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931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맏형인 금호전기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방폭등과 가로등 같이 일반 조명업체들이 하기 힘든 특수조명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의 큰 바이어와 이달중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LED 조명시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지난 2년 동안 세계에 뿌린 씨앗을 올해 말부터 거두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은 금호전기가 전통 조명업체에서 LED 조명업체로 변모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호HT를 통해 자동차 부품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금호전기와 금호HT가 합작으로 중국 톈진에 내년 3월 양산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다”며 “금호전기의 조명 기술력과 금호HT의 자동차 부품 기술력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명구 부회장은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친동생인 고 박동복 금호전기 창업주의 5남 중 막내다. 199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15년째 금호전기를 이끌어왔다.

오산=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