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파생차 100종 세트 만든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차량 가짓수 늘리기에 나섰다. 하나의 모델에 다른 엔진을 장착한 파생·변형 차종을 확대, 세부 모델 수를 10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 독일 BMW처럼 한 가지 모델에 가솔린, 디젤, 터보 엔진 등을 갖춰 고객 선택폭을 넓히고 시장 추세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엔진 다변화 전략과 파생형 차종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볼륨 모델(대량 생산 차종)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의 고위 임원은 “소비자 수요도 조사를 통해 중대형 세단을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마쳤다”며 “엔진 변경과 파생형 차종 개발 등 투트랙 전략을 통해 제품 수를 크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이런 ‘가지치기’ 전략은 이미 올 하반기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준중형차 아반떼에 디젤 엔진을 장착했고, 기아차는 이달 중 K3 디젤을 출시한다. 2009년 판매 저조로 아반떼 HD 디젤을 단종한 지 4년 만에 준중형 디젤 세단을 부활시킨 것이다. 아반떼 디젤은 지난 9월 1130대, 10월 1335대, 11월 931대 등 석 달 동안 3396대가 팔렸다. 준중형 디젤 세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아반떼 전체 판매량 가운데 디젤 비중은 9월 12.4%에서 10월 15.7%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아반떼 쿠페와 K3 쿱에도 디젤엔진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벨로스터를 제외한 현대·기아차의 모든 중소형차가 디젤 모델을 갖게 된다.

현대차는 내년 선보일 신형 LF쏘나타에도 디젤 엔진을 추가하고 그랜저와 제네시스 등 대형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가 출시한 신형 S클래스도 최상위 모델에 가솔린 대신 디젤 엔진을 도입했다”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2.2L급 이상 대형 디젤 엔진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휘발유와 전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엔진도 중대형차급으로 확대했다. 연말 출시하는 K7과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가 모델 다양화에 나선 이유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차를 빠르게 내놓을 수 있어서다. 플랫폼(차체 뼈대)과 주요 부품은 같이 쓰면서 세부 사양만 달리하면 돼 비용과 개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4개월마다 엔진과 디자인을 조금씩 바꾼 변형 차종을 내놓으면서 마케팅 공세를 펼쳤다. 신차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과 엔진 변경을 염두에 두고 차체를 개발한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K3는 처음부터 일반 세단과 문이 2개인 쿠페, 해치백 등으로 변형이 쉽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파생·변형 모델을 대거 내놓아 성공한 대표적인 업체가 BMW다. 인기 차종인 BMW 5시리즈는 520d(디젤), 528i(가솔린), M550d 등 엔진 종류와 구동방식(2륜, 4륜구동)에 따라 10가지 세부 모델로 나뉜다. 투어링, 그란투리스모 등 변형 차종까지 더하면 총 15종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에는 현대·기아차의 기본모델이 25종으로 늘어나고 판매하는 차량 가짓수도 100여개로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