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수익성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뉴스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495개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조6374억원 줄어 2.78% 감소했다. 매출은 고작 2.13% 늘었고, 영업이익도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 들어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3분기만 떼놓고 보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영업이익도 마이너스 2.63%로 떨어졌고, 순이익 감소율은 무려 10.06%나 된다. 코스닥기업은 3개사 중 한 곳꼴로 적자다. 기업마다 위기상황이라며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영업으로 돈을 못 버니 필요한 자금을 은행 차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어제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대출의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은행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중 대기업 비중이 급증해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라고 경고했다. 실제 대기업 부실채권은 저금리 상황인데도 작년 3분기 3조4000억원에서 올 3분기 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더욱이 한계기업 대부분이 대기업이다. 상반기 현재 숫자로는 81.1%, 차입금 규모로는 99.1%가 대기업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정부 설명과는 전혀 딴판이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기업실사지수(BSI)가 몇 분기째 계속 기준(100)을 밑도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간판기업 CEO들조차 투자·고용 확대는 엄두도 못 낸다며 비상경영과 긴축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판은 오로지 정치투쟁에 ‘올인’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읍소하지만 국회에서 심의가 이뤄진 법안은 하나 없다. 국민과 기업이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치권에선 한 해가 저물도록 투쟁 소리만 들린다. 경제가 점점 악순환에 빠져든다. 미국 일본 EU 중국이 모두 경제를 살린다고 난리인데 우리만 역주행이다. 정말 큰 탈이 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