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조기 시행 우려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4일 코스피지수가 1980선까지 밀렸다. 엔화 약세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우려가 겹치면서 증시의 한 축을 담당해온 자동차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등 주도업종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로 당분간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특정 업종이 끌고 나가는 랠리를 기대하기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별 대응을 하라고 권했다.

악재 투성이…주도株는 잠시 잊어라

○80포인트에 갇힌 시장

악재 투성이…주도株는 잠시 잊어라
코스피지수는 이날 1.12%(22.56포인트) 하락한 1986.80으로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미국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잘 나올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기에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될 때까진 테이퍼링 불안이 이어질 전망이다. 엔화 약세도 여전히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날 4.21% 급락했던 현대차는 이날도 2.51% 떨어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37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외 악재로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되고 거래가 부진해질 때는 주도업종이 부각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11월 이전에는 자동차와 조선, 화학 등 경기민감주가 외국인 매수세를 등에 업고 상승을 주도했지만, 지난달부터 이들 경기민감주는 그간의 상승 부담으로 더 이상 크게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11월 이후 이달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운수장비업종 수익률은 -2.66%, 화학업종 수익률은 -2.03%였다.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지수는 1963~2045 사이 좁은 구간에 갇혀 있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서부터 뚜렷한 매수 주체가 사라지면서 경기민감주, 내수주 중 어느 업종도 시장을 확실하게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이나 기관이 활발한 매수로 돌아서기 전까지 업종보다는 실적에 따른 종목 투자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술(IT)업종에서는 분기별 실적이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삼성전자가 실적 변동폭이 큰 LG전자보다, 건설업종에서는 실적 성장률이 좋은 대림산업이 GS건설보다 각광받을 것이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효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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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경기민감주가 쉬어갈 때는 내수주가 빛을 봤고, 내수주가 주춤할 때는 경기민감주가 ‘바톤 터치’를 한다.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대형 수출주보다 내수주와 소형주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수주, 소형주 매수는 단기적으로 쓸 만한 틈새 전략 정도에 그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0년대 이후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의류, 의료장비, 서비스업종 등의 상대 수익률이 수출주보다 좋았다”며 “그러나 이런 업종은 엔화 약세가 진정될 때까지 짧은 시간에 수익을 노리는 단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엔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동차 업종처럼 일본과 경쟁하는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지만, 역시 엔화 약세가 나타났던 올 상반기에 경험했듯 엔화 약세 피해주에는 장기적으로 저가 매수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스피지수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12월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2001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12월에 상승한 확률은 83%였고, 평균 수익률은 3%였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2.83%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계속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낮고, 지난달부터 코스피지수 1900대에선 반등이 있었다”며 “미국 연말 소비 기대는 낮아졌지만 내년 중국 춘제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