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깜깜한 '소프트달러' 공시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24일부터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들에 지급하는 ‘소프트달러’(조사분석업무 서비스 수수료)를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리도록 했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펀드자산에서 수수료가 나가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만, 운용보고서엔 총 금액만 나와 있어 어떤 기준으로 소프트달러가 책정됐는지 투자자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운용보고서엔 소프트달러 항목이 빠져 있기도 하다. 금융위는 “투자자들이 소프트달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3개월에 3억468만원 빠져나가기도

4일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9개 자산운용사가 10월 이후 금융투자협회 펀드공시에 올린 분기·연간 자산운용보고서 34건을 분석한 결과, 각 펀드에서 분기에 최대 3억468만원(신한BNPP탑스밸류증권투자신탁제1호)의 소프트달러가 증권사에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투자펀드나 금융공학펀드들은 자산운용사 내부 애널리스트들에게 서비스를 받거나 국내 증권사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받지 않아 소프트달러를 ‘0원’으로 표시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 비용을 명확하게 알게 해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투자자들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운용보고서엔 ‘조사분석업무 서비스 수수료’라는 항목에 총 금액만 나와 있을 뿐, 조사분석업무 서비스 수수료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됐는지, 어떤 증권사들이 많이 받아 갔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비교적 상세히 공개되는 투자 상위 종목, 환헤지 여부 등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자산운용보고서에 아예 소프트달러 항목을 포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S자산운용사가 작년 11월1일부터 지난 10월31일까지 배당주펀드를 운용한 결과를 투자자에게 보고한 10월31일자 운용보고서엔 ‘증권거래비용’ 항목만 있고 ‘조사분석업무 서비스 수수료’ 항목은 없다. 금투협 관계자는 “분기·연간 자산운용보고서 기준일이 10월24일 이후에 도래한 펀드들은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라 예외 없이 소프트달러를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제도개선 검토할 것”

금융위는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개선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자산운용과 관계자는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라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 금투협과 논의해 구체적인 소프트달러 책정 기준 등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것에 대해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액 공개 자체가 자산운용사에 부담”이라며 “총 금액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펀드의 투명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 소프트달러

자산운용사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법인영업 담당 직원이 제공한 기업분석보고서, 프레젠테이션(PT), 종목추천 등 서비스의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 현금을 직접 주는 ‘하드달러’와 달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 증권사에 매매주문을 많이 줘 ‘매매수수료’의 형태로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소프트달러’라는 이름이 붙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