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즐긴다는 생각으로 관객과 소통하려 노력하죠"
“정말 기뻐요. 그런데 시상식 때 상을 받고 30분 뒤에 연주를 해야 해서 기쁘다는 티를 많이 못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는 7일부터 6개 도시 순회공연도 해야 하고요.”

2013년 금호음악인상(6회) 수상자로 뽑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6·사진)은 4일 수상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5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시상식과 함께 연주회가 열리기 때문에 수상의 기쁨과 연주회 준비 부담이 엇갈린다는 얘기다.

금호음악인상은 4년 만에 부활한 상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기악 연주자 가운데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갈 유망주를 지원하기 위해 2005년 만들었다. 2009년까지 피아니스트 손열음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이유라, 베이시스트 성민제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이후 재단은 3년간 수상자를 못 내다 수상 대상을 만 25세 이하에서 30세 미만으로 확대해 이번에 부활했다.

2010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와 센다이 국제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한 강씨는 뮌헨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강숙 금호음악인상 선정심사위원장(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음악을 장악하는 특유의 기량으로 ‘자기 음악’을 유일무이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강씨를 평가했다.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강씨는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큰 상을 받는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연주회에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쇼숑의 ‘포엠’, 비에냐프스키의 폴로네이즈 A장조, D장조를 들려줄 예정이다.

연주자들에게 ‘분신’과도 같은 악기도 바뀌었다. 그동안 강씨는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부상으로 받은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썼다. 하지만 최근 수리를 하기 위해 예정된 대여 기간보다 1년 먼저 반납했다. 그 대신 지난달 삼성문화재단에서 1725년산 과르니에리를 새로 받았다.

이번 연주회에서 바뀐 악기로 청중에게 첫선을 보이게 된다. 강씨는 “악기가 워낙 좋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그동안 집이나 연습실처럼 좁은 곳에서만 연주를 했는데 좋은 홀에서는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제 연주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예전에는 연주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뒤 먼저 관객들의 반응을 신경썼지만 현재는 스스로의 연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무대에서 ‘할 일’을 하고 내려왔다는 느낌이 들 때 그렇게 허무하더라고요. 내가 스스로 즐기면 연주에 대한 후회가 덜해요. 가수 2NE1이 무대에 오르기 전 멤버들끼리 모여 ‘놀자’라고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서려고 노력 중입니다.”

오는 7일부터는 단짝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서울 순천 거제 인천 안산 울산 등 6개 도시에서 7차례 공연을 한다. 둘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7번과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C장조’,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후바이의 ‘카르멘 판타지 브릴란테’를 연주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