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신보안 기싸움…불똥튄 LGU+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불똥이 LG유플러스로 옮겨 붙었다. LG유플러스가 4세대 이동통신(LTE)망 구축을 위한 기지국 장비 공급사 중 하나로 화웨이를 선정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우려를 제기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의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 정보 유출 등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LG유플러스는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력 반박했다. 5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방한을 앞두고 자칫 한·미 간 외교 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美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 제기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3일(현지시간) 중국 화웨이가 한국 LTE망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 관계자는 물론 정치권 인사들까지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과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말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통신망 보안은 안보 동맹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화웨이의 한국 LTE망 통신장비 공급은 안보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관료들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의 통신망은 (안보상 다른 동맹국에 비해)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 정부는 2011년부터 미국 무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화웨이가 미국에 판매한 통신장비에 중국 정부가 접근, 이메일을 추적하고 미국 통신시스템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번 주엔 화웨이의 미국 시장 철수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LG유플러스 “문제 없다” 반박

LG유플러스는 반박에 나섰다. 지난 10월 화웨이 기지국 장비 도입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제기됐던 논란이 다시 가열되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김상수 LG유플러스 CR전략실 홍보담당 상무는 “LG유플러스는 사업자가 통신망을 직접 운영할 뿐만 아니라 외부 인터넷망과 완전 분리돼 있기 때문에 보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이어 “이미 화웨이 장비를 수도권 일부에 설치하기 시작했다”며 “장비 공급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의 2.6㎓ 광대역 LTE망 구축을 위한 기지국 장비를 공급한다.

○외교 마찰로 번지나

이번 문제는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불거져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이 방한 기간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자칫 한·미 간 외교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통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보안 우려에 대해 들은 얘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미국 측으로부터 보안 우려를 전달받은 것은 없다”며 “화웨이 장비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새로운 근거도 없고, LG유플러스가 장비를 이미 설치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대해 제동을 걸 명분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도·감청 및 스파이 논란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동맹국들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화웨이의 호주 통신장비 공급에도 제동을 걸었다.

전설리/김태훈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