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일주일만에 무작정 필드로, 스코어 '들쭉날쭉'…기초없어 후회
골프든 사업이든 긍정 마인드 필수…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면 술술 풀려
구력 23년의 방금석 금호덴탈제약 회장(58)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기능성 치약 등 구강위생용품을 생산하는 금호덴탈제약을 운영하고 있는 방 회장을 3일 서울 독산동 금호덴탈제약 본사에서 만났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1991년 골프를 처음 치게 됐는데 레슨 1주일 만에 필드에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클럽 풀세트를 구입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퍼터가 없더군요.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실전에 나간 거죠. 처음에 기초를 잘 다져야 스코어도 줄일 수 있고 골프의 참맛을 느낀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방 회장의 스코어는 잘칠 땐 70대 후반까지도 나오지만 안 맞을 땐 90개에 육박한다. 핸디캡은 13개. 방 회장은 “좋은 습관은 좋은 행동을 만들고, 그 사람을 훌륭하게 만든다”며 “기본기를 다지지 못해 골프에서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골프에서 기본기를 다질 시기를 놓쳤지만 방 회장은 사업에선 탄탄하게 기본을 다졌다.
“인문학을 공부한 제가 제약 관련 사업을 시작하면서 만학도로서 보건학 전공을 했어요. 전문 인력도 있지만 회사 오너가 제대로 알아야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40대 후반의 나이에 젊은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 후 시장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영업을 하기 위해 연구소를 방문하면 과장이 아니라 소장을 만나게 됐고 ‘공부하는 오너’로서 더 깊은 신뢰감을 심어주게 됐죠. 대학에 출강도 하고 모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하면서 학회에도 나가게 됐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니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거죠.”
금호덴탈제약은 지난해 매출 2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방 회장은 “23년 동안 회사를 꾸준히 적자 없이 키워오면서 17년차에 부채를 모두 털고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골프 칠 때 긍정적인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자연 속에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치면 잘 맞지만 긴장된 분위기에서 스코어에 집착하면 공은 어김없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죠. 경영도 성과에만 집착하면 힘든 일 뿐이지만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술술 풀리더군요.”
베스트 스코어는 2년 전 가을에 경기 광주 뉴서울CC에서 기록한 5오버파다. 홀인원은 한 번, 이글은 두 번 기록했다. 방 회장은 “2008년 11월 렉스필드CC 마운틴코스 7번홀에서 그린을 내려다보고 쳤는데 마치 절대자가 공을 홀로 인도하는 것처럼 홀로 빨려들어갔다”면서 “황홀한 느낌이 온몸에 퍼지면서 긍정적인 마음이 더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골프 칠 때 나와 동반자, 캐디 모두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캐디를 하대하지 말고 조력자로서 존중해주면 어떨까요. 저는 캐디피를 줄 때 미리 준비한 봉투에 ‘해브 어 나이스 데이’라고 적어서 건네줍니다. 마음까지 담아 캐디에게 감사를 표현하면 어떨까요.”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