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건강한 소를 다친 것처럼 꾸며 64억원의 가축재해보험금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김모씨(41) 등 충남 당진축협 전·현직 직원 2명을 구속했다. 또 유모씨(70) 등 소 주인 127명과 수의사 2명, 소 운반업자 등 15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가축재해보험은 자연재해, 질병, 화재 등으로 축산 농가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긴급회생과 경영회복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난해 가축재해보험에 들어간 국가보조금은 448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멀쩡한 소를 쓰러뜨린 뒤 사진을 찍어 “다리가 부러졌다”며 축협에 제출, 보험금을 타냈다. 범행 대상 소에 대해서는 미리 가축재해보험에 가입해둔 상태였다.

이들은 보험사기에 사용한 소의 사진에 정상 소의 귀에 붙어 있는 이표번호(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식별번호)를 컴퓨터를 이용해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보험청구 서류를 위조했다. 나중에는 아예 포토샵을 이용해 이표번호 카드만 조작한 뒤 똑같은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2010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소가 다쳐 시가보다 싸게 팔 수밖에 없었다’며 소 한 마리당 50만~350만원을 보험금으로 타내 모두 64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며 “실제로는 소를 시가대로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구속된 축협 관계자 김씨 등은 소 주인 몰래 통장을 개설한 뒤 보험금을 빼돌리거나 소 주인들에게 보험료를 부풀려 청구한 뒤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13억5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홍선표/대전=임호범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