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이익 안나는 지방공항 매장 문 닫겠다"
중소·중견 면세점조차 "해외브랜드 늘려야"
![< 中 관광객 몰려오는데… > 면세점의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를 늘리려는 정부 방침에 면세점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하는 모습.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12789.1.jpg)
○관세청, 이달 중 고시 개정
관세청은 이달 중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면세점 내 국산품 매장면적을 넓히고,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비중을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관세청은 매장면적의 최대 40% 혹은 825㎡ 이상을 국산품만 파는 지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그동안 시내 면세점에만 적용해 왔으나, 공항·항만 면세점 등 모든 면세점으로 확대키로 했다. 특히 국산품 매장에서 파는 물건에서 중소·중견기업 상품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면세점이 면적을 10% 이상 늘릴 경우 확대하는 면적의 4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장으로 채우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달 중 고시를 개정, 빠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종욱 관세청 수출입물류과장은 “면세점에서 외국 제품 위주로 판매해 국내 기업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상품 경쟁력 약화 우려
면세점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국산품매장에서 팔고 있는 제품 중 중소·중견기업 비중은 평균 60%선으로 일부 면세점은 이 비율이 50%에도 못 미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국산품 중 면세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는 ‘설화수’ ‘정관장’ 등 극히 일부”라며 “특히 중소기업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고 법의 규정에 따라 전시한 일종의 구색상품으로 전락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고가 수입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면세점의 장점이 사라져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수입품은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아 가격이 백화점보다 20~30% 싸다. 국내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 중 수입품 비중은 80.2%에 달했다. 국산품은 19.8%였고 국산품 중 중소·중견기업 제품은 49.2%였다.
○면세점 폐점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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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 면세점조차 정부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국산품과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는 후발 사업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관세청 허가를 받아 올 들어 울산 창원 대구 대전 등에 개장한 시내 면세점은 하루 매출이 500만원 안팎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후발 면세점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해외 유명 브랜드를 하나라도 더 들여놓아야 한다”며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는 시장에 안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승호/임원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