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성대 총장과 영어대담
"퇴계 선생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어머니 전옥순 여사의 가르침에 외삼촌 전헌 교수 인연으로 방문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4일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한국의 현 교육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총재는 4일 녹색기후기금 출범식 직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교육, 경쟁력 그리고 혁신’이라는 주제로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과 영어대담 형태의 토론회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입식 교육 시스템으로는 창의력 부족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국제기구에 몸담기 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다.
그는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사당오락’(四當五落·네 시간 잠자면서 공부하면 대입에 성공하고, 다섯 시간 이상 자면 떨어진다)을 예로 들며 입시를 위한 공부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나눈 대화 내용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8시부터 11시까지 공부를 한다고 했더니 ‘오전 11시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교육의 질을 높인 것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많은 개발도상국이 보건과 교육 분야에 돈을 쓰는 것을 그저 ‘지출’로 인식하지만, 이 두 가지는 ‘투자’로 봐야 한다”며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에게 한국은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경제가 마비된 무기력한 국가)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내게 혁신을 기반으로 한 경제 발전을 얘기할 때 한국의 사례를 묻는다”고 전했다. 이는 “교육에 대한 한국의 열정과 투자가 일궈낸 성과”라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헤쳐나갔으면 좋겠다”며 “여러분의 취업 시장은 한국이 아닌 세계”라고 강조했다.
김 총재가 3일간의 짧은 방한 기간에 성균관대를 찾은 배경에는 그가 인생의 멘토로 꼽는 외삼촌인 전헌 성균관대 동양유학과 석좌교수와 어머니 전옥순 여사의 영향이 컸다. 전 교수는 2004년부터 성균관대에서 퇴계 선생의 ‘성학십도’ 등을 강의하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해 취임 직후 “어릴 적부터 늘 퇴계 선생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랐다”며 “평생 타인을 위한 일을 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가족적인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어머니인 전 여사는 국제퇴계학회 회장을 지낸 세계적인 유학 전문가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퇴계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남가주대(UCLA) 한국학연구소장을 맡기도 했다.
토론회는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도 참가했으며, 박재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와 학생 등 300여명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김우섭 /홍선표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