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포장 광고 '의외의 돌풍'
배추 무 등 농산물에 붙는 기업광고가 유통혁신에 목말라 있는 농업산업에 일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농가에는 판로 확대,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인하, 해당 기업엔 기업이미지 향상, 시장 전체에는 농산물 가격 안정이라는 1석4조의 효과를 안기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이 지난달 12일부터 시작한 ‘농산물 상생협력 마케팅’에 주요 기업들의 광고게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0여개 기업이 12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한 데 이어 연말까지 LS엠트론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추가로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이 마케팅은 농산물 포장지 등을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기업들이 내는 광고비만큼 농산물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CJ제일제당으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서울과 고양시 지역의 하나로마트 등은 소비자들에게 2개 값으로 3개를 제공하는 ‘2+1’ 행사를 하면서 포장물 겉면에 ‘CJ제일제당이 무 1단을 더 드립니다’란 스티커를 부착하는 식이다.

연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 제화업체 (주)안토니도 같은 방식으로 배추에 기업광고를 하고 있다. 배추와 무는 올해 풍작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농가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는 대표적 품목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광고를 통해 지원에 나서면서 농가는 넘쳐나는 농산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자리를 잡게 됐다.

이 사업에 5000만원을 쾌척한 김원길 (주)안토니 대표는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았는데 상생광고를 내보낸 뒤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즐거워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작은 아이디어가 농산물 유통 구조 전반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의 씨앗’이 되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