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Fed 100세
미국 월가를 지배하던 거물 6명이 1910년 11월 지킬(Jekyll)섬 지킬아일랜드클럽에 모였다. JP모간 사장과 씨티은행장은 물론 재무차관보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휴가를 내고 극비리에 클럽에 도착했다. 9일간에 걸친 지킬섬의 대작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은 당시 은행마다 화폐 발행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907년 금융위기는 은행들을 차례로 도산시켰다. 예금주들은 은행에서 농성을 벌였고 차츰 정치문제화됐다. 소방수로 나선 것은 J P 모건이었다. 모건은 유동성 부족으로 허덕이는 금융회사를 구제하면서 월가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우드로 윌슨이 1913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내건 공약은 자연스레 금융시스템 개혁이었다. 그는 금융위기가 닥칠 때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중앙은행을 만드는 데는 월가 은행가들의 지혜와 협력이 절대적이었다. 지킬섬의 작전은 바로 중앙은행을 만드는 미션이었다. 이렇게 해서 1913년 12월 중앙은행법(Federal Reserve System Act)이 입법화되고 Fed(중앙은행)가 탄생됐다. 금융위기의 탈출이라는 원초적 숙명과 멍에가 Fed엔 항상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Fed는 이후 물가 안정과 고용 증대를 목표로 내세우며 미국의 경제 금융 시스템을 떠받쳐왔다. 특히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80년에서 1994년까지 14년 동안 Fed의 인플레이션 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1980년 13%대였던 물가상승률이 1994년 4.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1차대전 중 전비(戰費)조달에 협력해 금리 인상을 억제하면서 1920년대 인플레와 버블을 일으켰고 1930년대에는 오히려 유동성을 지나치게 억제해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융경제사학자인 앨런 멜처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Fed는 대체적으로 미국의 안정과 이익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Fed가 설립된 지 이달로 100년을 맞는다. 100년을 기념해 그린스펀과 버냉키는 지킬클럽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Fed는 지금도 양적완화 축소 이슈를 놓고 세계와 씨름 중이다. 100년 전 겪었던 금융위기의 탈출이라는 일차방정식은 이제 고차방정식으로 바뀌어졌다. 내년부터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이 14대 의장을 맡는다. 과연 그가 미국의 국익과 세계경제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신의 한 수’를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