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18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2주일 앞두고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또다시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테이퍼링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모두 Fed의 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다.

Fed는 4일(현지시간) 발표한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지북은 Fed의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각 지역의 경제 환경을 조사해 취합하는 경기진단 보고서다. 이번 베이지북은 10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의 경기를 조사한 것으로 2주일 후 열릴 FOMC 회의의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Fed는 베이지북에서 미국의 제조업과 소비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큰 변화가 없거나 약간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분야에 따라 진단이 엇갈린 데다 직전 보고서 내용과 별 차이가 없어 베이지북으로는 12월 FOMC의 결정을 예측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6일 노동부가 발표하는 11월 고용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 의회의 협상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13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협상을 타결하거나 뒤로 미루지 못하면 지난 10월의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내년 1월에 재현될 수 있다. Fed가 지난 9월 예상을 깨고 테이퍼링을 시작하지 않은 것은 셧다운 우려 등 재정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협상도 Fed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측은 현재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제임스 맥너니 회장(보잉 회장)은 이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Fed가 어느 시점에는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매우 어려운 인플레이션 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 테이퍼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 상무부는 5일 3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잠정치인 2.8%보다 높은 3.6%로 상향 조정된 수정치를 내놓았다. 이 같은 3분기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3.0~3.1%)를 웃도는 것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