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애니팡' 실종…게임株 비실
모바일 게임주들이 3분기 실적 어닝쇼크(시장 추정보다 10% 이상 적은 영업이익 기록)를 낸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선데이토즈의 인기 게임 ‘애니팡’급의 화제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모바일 게임주 실적 우려가 커졌던 10월 이후 모바일 게임주는 최대 30% 이상 하락했다.

◆해외 비중은 늘어난다는…

게임주 중에서 선전하고 있는 종목은 엔씨소프트뿐이다. 엔씨소프트는 중국에서 ‘블레이드 앤 소울’ 흥행 기대에 힘입어 하반기 들어 주가가 우상향해 왔다. 지난달 28일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블레이드 앤 소울’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엔씨소프트 주가는 서비스 이후에도 소폭 상승했다. 10월부터 지난 4일 종가 기준 엔씨소프트 수익률은 25.91%였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와 같은 해외 진출 호재를 모바일 게임주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주들의 해외 실적은 상승세지만, 대형 인기작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일례로 게임빌은 전체 실적으로는 3분기 어닝쇼크였지만, 해외 매출은 1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에서 흥행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위메이드도 국내 부진으로 3분기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해외 모바일게임 매출은 일본에서 ‘윈드러너’가 올린 실적을 바탕으로 직전 분기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게임주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국내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한국 모바일 게임주들이 해외에서 대형 화제작을 발표하지 못했고 일본은 라인, 중국은 위챗 등 선점하고 있는 플랫폼이 나라별로 다르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이 해외에 진출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이유”라고 말했다.

◆제2의 ‘애니팡’이 나올 때까지

전문가들은 모바일 게임주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하면서 향후 실적 성장을 확인하고 가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도 이유로 꼽았다. 과거 ‘애니팡’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 때는 모바일 게임 수가 많지 않아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되면 인기작이 될 수 있었으나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신작 모바일 게임이 주목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주들이 하반기에 뚜렷한 흥행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나빠졌다고 보고 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와 같은 화제작이 나오지 못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진 게 문제”라며 “지금처럼 신규 모바일 게임이 다수 출시되는 상황에서는 신작을 출시해도 과거 ‘애니팡’급의 인기를 단번에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0월 이후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CJ E&M의 수익률은 -18.67%, NHN엔터테인먼트는 -25.76%, 컴투스와 게임빌은 각각 -23.33%, -30.79%로 부진하다. 위메이드와 조이맥스도 각각 -14.96%, -30.56%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매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종목도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외국인이 6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면서 4일 재상장 이후 최저가로 떨어졌다. 웹보드 게임 규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