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전 대덕과학단지 KGC인삼공사 한국인삼연구원에서 장일무 원장(왼쪽)이 연구원들과 함께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지난 4일 대전 대덕과학단지 KGC인삼공사 한국인삼연구원에서 장일무 원장(왼쪽)이 연구원들과 함께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지난 4일 대전 대덕과학단지 KGC인삼공사 한국인삼연구원. ‘안전성연구소’라 쓰여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컴퓨터와 각종 실험설비 사이로 유리병에 담긴 작은 흙덩이들이 눈에 띄었다. 토양실험을 맡고 있는 유혜영 연구원은 장비 위에 올려진 유리병의 시료분석 결과가 나타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니터 위엔 카드뮴·납 등 토양에 들어 있는 100여종의 성분 이름과 함량이 일목요연하게 그래프로 드러났다. 유 연구원은 “농가와 재배계약을 맺기 전에 인삼을 키울 땅을 먼저 검사해 화학비료가 많이 사용됐는지 등을 꼼꼼히 들여다 보고 있다”며 “규정상 60종류의 검사만 하면 되지만 안전을 위해 260개 항목을 검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과해야만 재배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한국인삼연구원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다. 160여명의 석사 이상 연구원이 근무한다. 대당 3억~4억원 하는 실험장비만 20개가 넘는다. 인삼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사할 뿐 아니라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 상용화의 길을 여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홍삼이 얼굴의 주름을 개선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실증,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KGC인삼공사는 이를 토대로 ‘바르는 홍삼’으로 불리는 홍삼오일을 주성분으로 한 ‘랑’ ‘동인비’ 등 홍삼오일 화장품의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건강식품을 만들고 남은 홍삼 부산물로 제조한 축산물 사료는 해외업체와 수출협상 중이다. 한국인삼연구원에서 만든 ‘홍삼 스파’를 활용, KGC인삼공사는 서울 대치동 본사에 홍삼의 효능을 체험할 수 있는 ‘정관장 스파G’를 설치하기도 했다.

상품화 연구뿐 아니라 인삼 및 홍삼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장일무 한국인삼연구원장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인삼은 38종의 사포닌 약효성분을 함유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나오는 화기삼에는 19종만 들어 있다”며 “한국 인삼만의 차별화된 성분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다른 나라의 인삼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연구원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캐나다 등이 대량생산과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인삼종주국인 한국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인삼도 휴대폰이나 반도체처럼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품질을 강화해야 후발 국가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삼의 주요 효능으로 알려진 면역력 개선, 혈행 개선, 기억력 개선, 피로회복, 항산화 개선 기능 등을 하나하나 과학적으로 입증, 식약처로부터 인증받고 있는 것도 후발주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다.

한국인삼연구원은 인삼의 품종 개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등록된 전 세계 12개 인삼 품종 가운데 천풍·금풍·연풍·선일 등 9개가 인삼공사가 개량해 등록한 것이다. 장 원장은 “네덜란드는 튤립, 독일은 맥주, 프랑스는 와인 등 나라마다 대표하는 상품이 있다”며 “인삼을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