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행복주택' 뒷북친 국토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목동을 찾았다. 목동은 행복주택 시범예정지구 7곳 중에서도 주민 반대가 가장 심한 곳이다. 국토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주민 소통’에 나서야 할 지역이지만, 그동안 이런 작업이 거의 없었다.

서 장관을 포함한 국토부 고위층의 목동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장관이) 오랫동안 고심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안을 갖고 왔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관 면담에서 주민 대표들은 한 시간 동안 “교통·학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이곳의 주차장과 유수지는 어디로 옮길 거냐” 등의 요구사항을 속사포로 쏟아냈다. 하지만 서 장관은 “(행복주택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며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주민들은 “지구 지정을 하루 남겨놓고 주민 설득을 위해 방문한 장관이 어떻게 저렇게 빈손으로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장관이 주민 의견을 거쳤다는 요식행위를 갖추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장관은 이날 만남을 ‘듣는 것’에 비중을 둔 행사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행복주택 추진에 대한 주민 반대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뒤늦게 “주민 이야기를 듣겠다”고 나선 것은 ‘지나치게 한가한 대응’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자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대통령의 주택분야 공약인 ‘행복주택’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행복주택 건설 문제점’에 대해 정부의 포괄적 방향이라도 언급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서 장관은 대학 교수로 재직 시 학생들 사이에서 ‘C승환’이라고 불렸다. 평가기준이 깐깐해 C학점만 준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그래도 인기가 높았다. 수업 준비가 철저한 ‘명강의’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그랬던 장관이 이날 보여준 주민 설득 장면은 뭔가 약해 보였다. 서 장관은 스스로에게 어떤 학점을 줬을까.

이현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