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주도하고 싶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제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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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제안이 최종 결과에 영향
상대방 기대범위 조정 유도
첫 제안이 최종 결과에 영향
상대방 기대범위 조정 유도
한 달 동안 준비한 협상. 이번 영업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거래다. 구매 회사는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요구할 텐데, 얼마나 낮춰야 할지 걱정이다. 어느 정도 이익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가 적정한 가격 제안이 될 수 있을까. 상대 회사의 담당자가 나타나고 가벼운 대화가 시작된다. 이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텐데, 가격 제안은 먼저 해야 할까, 상대가 제안하도록 기다려야 할까.
협상교육을 듣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자신이 답을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80% 이상이 기다려야 한다고 답한다. 왜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상대방의 의도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쉽게 설명하지는 못 하지만, 아마도 ‘승자의 저주’ 에 빠질까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승자의 저주’란 시장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사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시장가치보다는 거래당사자 간의 판단이 더 중요한 협상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가 된다. 얻고 싶은 만큼 높은 제안을 했지만 그 제안을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경우 느끼게 되는 불안감을 말한다.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없으니 먼저 제안했다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언제든 존재한다. 그러니 쓸데없이 먼저 제안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제안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에 불과하다.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는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은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한 번에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먼저 제안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의 의도를 알고 이에 대응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실제 상대의 제안을 들은 협상가들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제안에 휩쓸려 상대방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 상대방보다 먼저 제안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앵커링 효과’ 때문이다. ‘앵커’는 닻을 뜻하고, ‘앵커링 효과’는 정박 효과 또는 닻 내림 효과라고 한다.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 판단할 때 주어지는 첫 숫자를 기준점으로 삼는 심리적인 경향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한 그룹에는 ‘8×7×6×5×4×3×2×1’을, 다른 한 그룹에는 ‘1×2×3×4×5×6×7×8’을 몇 초 안에, 계산이 아니라 대략적인 숫자로 예측해보라고 한다. 그들이 예측한 값은 어떻게 다를까. 1로 시작되는 곱셈을 예측한 그룹보다 8로 시작한 곱셈을 예측한 그룹이 훨씬 큰 값을 답한다. 처음에 본 숫자들이 예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앵커링 효과다. 협상에서의 첫 제안은 닻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아담 갈린스키 교수와 토머스 머스웨일러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협상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협상의 첫 번째 제안에 따라 최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85%에 달한다.
제안을 먼저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상대방의 ‘기대범위’ 형성 때문이다. 협상에 임하는 협상가들은 협상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가능한 협상 가능범위를 예상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제안을 들으면서 그 예상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제안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의 기대범위를 조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협상 상대보다 시장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먼저 제안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때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함께 제시한다면 효과적이다.
또 쌍방이 모두 시장가치를 잘 모른다고 보인다면 이때도 먼저 제안하는 것이 좋다. 상대에게 기대범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상대방이 더 많은 정보를 가졌다고 생각이 되면 상대가 먼저 제안하도록 하라. 단 앵커링 효과에 빠질 가능성을 주의하면서 들어야 한다. 상대의 제안을 들으면서 동시에 반대쪽으로 최대치는 어느 정도인지를 떠올리거나, 메모지 한쪽에 쓰는 것이 좋다.
이제 협상에 임하게 된다면 항상 먼저 제안을 하겠다고 나서라. 거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이해하도록 미리 준비한 다음에 말이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협상교육을 듣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자신이 답을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80% 이상이 기다려야 한다고 답한다. 왜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상대방의 의도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쉽게 설명하지는 못 하지만, 아마도 ‘승자의 저주’ 에 빠질까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승자의 저주’란 시장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사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시장가치보다는 거래당사자 간의 판단이 더 중요한 협상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가 된다. 얻고 싶은 만큼 높은 제안을 했지만 그 제안을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경우 느끼게 되는 불안감을 말한다.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없으니 먼저 제안했다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언제든 존재한다. 그러니 쓸데없이 먼저 제안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제안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에 불과하다.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는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은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해도 한 번에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먼저 제안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의 의도를 알고 이에 대응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실제 상대의 제안을 들은 협상가들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제안에 휩쓸려 상대방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 상대방보다 먼저 제안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앵커링 효과’ 때문이다. ‘앵커’는 닻을 뜻하고, ‘앵커링 효과’는 정박 효과 또는 닻 내림 효과라고 한다.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 판단할 때 주어지는 첫 숫자를 기준점으로 삼는 심리적인 경향을 뜻한다. 예를 들어 한 그룹에는 ‘8×7×6×5×4×3×2×1’을, 다른 한 그룹에는 ‘1×2×3×4×5×6×7×8’을 몇 초 안에, 계산이 아니라 대략적인 숫자로 예측해보라고 한다. 그들이 예측한 값은 어떻게 다를까. 1로 시작되는 곱셈을 예측한 그룹보다 8로 시작한 곱셈을 예측한 그룹이 훨씬 큰 값을 답한다. 처음에 본 숫자들이 예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앵커링 효과다. 협상에서의 첫 제안은 닻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아담 갈린스키 교수와 토머스 머스웨일러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협상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협상의 첫 번째 제안에 따라 최종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85%에 달한다.
제안을 먼저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상대방의 ‘기대범위’ 형성 때문이다. 협상에 임하는 협상가들은 협상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가능한 협상 가능범위를 예상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제안을 들으면서 그 예상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제안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의 기대범위를 조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범위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협상 상대보다 시장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먼저 제안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때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함께 제시한다면 효과적이다.
또 쌍방이 모두 시장가치를 잘 모른다고 보인다면 이때도 먼저 제안하는 것이 좋다. 상대에게 기대범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상대방이 더 많은 정보를 가졌다고 생각이 되면 상대가 먼저 제안하도록 하라. 단 앵커링 효과에 빠질 가능성을 주의하면서 들어야 한다. 상대의 제안을 들으면서 동시에 반대쪽으로 최대치는 어느 정도인지를 떠올리거나, 메모지 한쪽에 쓰는 것이 좋다.
이제 협상에 임하게 된다면 항상 먼저 제안을 하겠다고 나서라. 거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이해하도록 미리 준비한 다음에 말이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