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대형 금융회사의 애널리스트, 투자 전략가, 컨설턴트들이 에너지 금속 곡물 등 상품 선물시장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투자자들도 상품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상품 선물시장은 가격 상승에만 베팅하는 이른바 ‘롱온니’ 투자자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이 빠져나갈 경우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상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상품에 투자하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데다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품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졌다. 주식시장이 랠리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다우존스-UBS상품가격지수는 10% 하락한 반면 FTSE세계주식지수는 16.4%나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상품 펀드매니저들은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상품 투자를 권고했지만 이 같은 목소리도 힘을 잃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푼 지난 5년간 선진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1.3%에 불과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상품의 매력은 떨어졌다. 미국 셰일가스붐으로 원유와 가스 공급이 크게 증가했고,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옥수수와 콩 가격이 폭등하자 농가들은 일제히 곡물 생산을 늘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글로벌 금융회사도 부정적인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최근 “상품가격이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미국 골드만삭스는 “금, 구리, 콩 등 대부분의 상품 가격이 15% 이상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올 들어 현재까지 상품 시장에서 360억달러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다. 작년에는 275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