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엔 번번이 낙방, 고시도 실패, 그러나 지금 난 회장
“어렸을 때 한 3000번쯤은 넘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스스로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난 5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마테오관 308호. 사투리가 섞인 투박한 말투지만 진솔함이 묻어나는 동네 아저씨 같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한국경제신문과 서강대가 공동개설한 정규 과목 ‘최고경영자(CEO) 특강’에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사진)이 강사로 나섰다.

강연 제목은 ‘응답하라 서강대, 따뜻한 시골 남자의 서울 성공기’.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TV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패러디했다.

이 회장은 강연 시작부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과 농담으로 100여명의 학생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는 “서강대에 보내면 너무 공부만 많이 시켜 학생들이 싫어한다던데, 정말 그러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오늘 잘 보이려고 평소 안 신던 벌건(갈색) 구두도 신고 ‘뽀샵’도 했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욕을 안 했는데 나이 먹으면서 욕쟁이가 됐다”는 고백(?)까지 했다.

이 회장은 강연 내내 ‘실패’를 강조했다. 젊을 때는 오히려 ‘실패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패를 하더라도 항상 도전하는 정신을 갖고 극복하면 실패는 장애물이 아닌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자신의 실패담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는 “내 실패는 열세 살 때부터 시작됐다”며 “부끄럽지만 중학교와 고교 1차 입학시험을 낙방해 2차 학교에 들어간데 이어 대학도 떨어져 재수 끝에 어렵게 들어갔다”며 “학창시절 내내 준비한 고시도 결국 실패하는 등 수없이 좌절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고 강조했다.

‘모죽(毛竹)’ 얘기도 했다. 모죽은 5년 동안은 죽순만 나오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5년 후부터 갑자기 크기 시작해 무려 30m 높이까지 자라는 대나무다. 그는 “모죽이 5년 동안 그냥 기다리기만 한 게 아니라 누구보다 크게 자라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며 “조급한 생각을 접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취업 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도 요즘 신입 행원을 뽑고 있는데 경쟁률이 높아 입행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결국 우승하듯 여러분도 자기소개서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면접에선 똑똑하기보단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잘 웃는 연습을 해 보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겸손과 배려, 성실’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가끔은 허술하고 어설프게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켜 우군을 만들 수 있지요. 여기에다 주변을 배려하고 성실한 자세로 일하면 ‘직장의 신’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