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악용되는 소액주주운동] '정의' 외치며 경영참여 공시…합법 '탈' 쓰고 시세 조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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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팀스 사례로 본 소액주주운동 이용 주가조작
소액주주운동 지원업체 후광 활용
경영참여 선언후 합법 가장한 주가 조작…형사 책임 묻기도 쉽지 않아
소액주주운동 지원업체 후광 활용
경영참여 선언후 합법 가장한 주가 조작…형사 책임 묻기도 쉽지 않아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가구업체 팀스에 이어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PC용품 유통업체 피씨디렉트의 주가조작을 주도한 권모씨(33). 그는 피씨디렉트에선 실패했지만 팀스에선 주가조작으로 30억원에 가까운 이득을 챙겼다. 권씨는 소액주주운동을 수익을 챙기기 위한 지렛대로 삼았다. 여기에 유력 인사의 자금력과 인맥은 물론 국내 최대 소액주주운동 지원업체인 네비스탁의 명성까지 활용해 합법을 가장한 주가조작을 벌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증권업계는 지금까지 나온 소액주주운동을 빙자한 주가조작 가운데 가장 체계적·조직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팀스 사례는 소액주주운동이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위법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즉시 수사하기가 어려워 주가조작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힘든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력 인사 인맥이 ‘돈줄’
권씨는 팀스 주가조작에 이용할 ‘실탄’을 전 민주당 국회의원 A씨의 부인인 ‘슈퍼 개미’ B씨로부터 조달받았다. 이들 내외는 평소 한 사회복지법인(C고아원)을 통해 고아들의 학업을 지원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펀드매니저 시절 B씨의 자금을 운용했다. B씨는 권씨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그를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씨는 투자자문사에서 함께 일했던 정모씨(49)와 손잡고 자신의 명의로 K투자자문사를 세웠다. 첫 작업 대상은 팀스였다. 팀스 주식 매입은 B씨의 자금으로 이뤄졌다. 권씨는 사회 정의를 내세우며 B씨의 지인들에게도 “같이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팀스 주가조작에는 B씨의 자금 외에도 C고아원 원장, 정부 산하 사회복지 관련 위원회 위원장 등의 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은 일반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사람 따로, 운용하는 사람 따로 이뤄지기 마련”이라며 “권씨는 자금 운용을 맡아 주가조작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투자실적 관리해 홍보수단으로
권씨는 소액주주운동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쌓은 경력을 소액주주들에게 홍보해 신뢰를 줬다. 그는 여러 투자자문사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며 증권방송 등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대부분 주가조작 사기꾼들이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이다.
권씨는 여기서 한층 더 진화한 수법을 사용했다. 국내 최대 소액주주운동 지원업체인 네비스탁에 대한 투자다. 그는 B씨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일부를 네비스탁에 투자했다. 네비스탁은 소액주주운동을 무상으로 지원하며 일부 운동에서 국민연금의 지지를 이끌어낸 업체다. 네비스탁의 후광을 활용해 주가조작 의심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권씨는 투자 이후 “네비스탁을 인수했다”며 투자자들에게 허위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권씨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권씨가 일부 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영향력이 없는 수준의 투자”라며 “팀스도 중재만 선언했을 뿐 권씨와 함께 손을 잡진 않았고, 이후 활동에서도 권씨와는 별개로 독립적인 소액주주운동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경영참여 공시’ 호재 여부 잘 따져야
권씨의 주가조작은 기존 소액주주운동을 빙자한 수법보다 한층 더 진화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소액주주를 상대로 한 주가조작 사기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제도적인 한계도 드러났다. 우선 주가조작에서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씨의 범행은 올해 초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곧바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은 ‘안방 싸움’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팀스 먹튀 이후 권씨는 이익금 대부분을 ‘스틸투자자문’ 설립에 이용했고, 이 자문사를 통해 피씨디렉트 주가조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약속된 이득을 얻지 못한 정씨가 회사 자금 일부를 횡령했고, 권씨가 이를 고발하며 각종 주가조작 자료 등이 금융당국에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피씨디렉트에 대한 주가 조작 혐의를 조사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찰에 추가 통보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사실 유포 등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정황을 분석하지만 진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영참여 공시만 보고 주식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형사처벌 범위를 따지기도 어렵다. 권씨에게 돈을 맡기고 투자 세력을 직접 모아준 B씨 내외는 공범 의혹도 받았으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는 권씨가 대표로 있던 자문사의 법률 자문으로 활동해왔고, B씨도 팀스 투자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정소람 기자 highkick@hankyung.com
○유력 인사 인맥이 ‘돈줄’
권씨는 팀스 주가조작에 이용할 ‘실탄’을 전 민주당 국회의원 A씨의 부인인 ‘슈퍼 개미’ B씨로부터 조달받았다. 이들 내외는 평소 한 사회복지법인(C고아원)을 통해 고아들의 학업을 지원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펀드매니저 시절 B씨의 자금을 운용했다. B씨는 권씨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그를 신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씨는 투자자문사에서 함께 일했던 정모씨(49)와 손잡고 자신의 명의로 K투자자문사를 세웠다. 첫 작업 대상은 팀스였다. 팀스 주식 매입은 B씨의 자금으로 이뤄졌다. 권씨는 사회 정의를 내세우며 B씨의 지인들에게도 “같이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팀스 주가조작에는 B씨의 자금 외에도 C고아원 원장, 정부 산하 사회복지 관련 위원회 위원장 등의 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은 일반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사람 따로, 운용하는 사람 따로 이뤄지기 마련”이라며 “권씨는 자금 운용을 맡아 주가조작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투자실적 관리해 홍보수단으로
권씨는 소액주주운동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쌓은 경력을 소액주주들에게 홍보해 신뢰를 줬다. 그는 여러 투자자문사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며 증권방송 등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대부분 주가조작 사기꾼들이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이다.
권씨는 여기서 한층 더 진화한 수법을 사용했다. 국내 최대 소액주주운동 지원업체인 네비스탁에 대한 투자다. 그는 B씨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일부를 네비스탁에 투자했다. 네비스탁은 소액주주운동을 무상으로 지원하며 일부 운동에서 국민연금의 지지를 이끌어낸 업체다. 네비스탁의 후광을 활용해 주가조작 의심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권씨는 투자 이후 “네비스탁을 인수했다”며 투자자들에게 허위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권씨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권씨가 일부 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영향력이 없는 수준의 투자”라며 “팀스도 중재만 선언했을 뿐 권씨와 함께 손을 잡진 않았고, 이후 활동에서도 권씨와는 별개로 독립적인 소액주주운동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경영참여 공시’ 호재 여부 잘 따져야
권씨의 주가조작은 기존 소액주주운동을 빙자한 수법보다 한층 더 진화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소액주주를 상대로 한 주가조작 사기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제도적인 한계도 드러났다. 우선 주가조작에서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권씨의 범행은 올해 초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곧바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은 ‘안방 싸움’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팀스 먹튀 이후 권씨는 이익금 대부분을 ‘스틸투자자문’ 설립에 이용했고, 이 자문사를 통해 피씨디렉트 주가조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약속된 이득을 얻지 못한 정씨가 회사 자금 일부를 횡령했고, 권씨가 이를 고발하며 각종 주가조작 자료 등이 금융당국에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피씨디렉트에 대한 주가 조작 혐의를 조사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찰에 추가 통보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사실 유포 등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정황을 분석하지만 진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영참여 공시만 보고 주식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형사처벌 범위를 따지기도 어렵다. 권씨에게 돈을 맡기고 투자 세력을 직접 모아준 B씨 내외는 공범 의혹도 받았으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는 권씨가 대표로 있던 자문사의 법률 자문으로 활동해왔고, B씨도 팀스 투자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정소람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