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법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 분위기에 대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큰 걱정을 했다. 어제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양 대법원장은 “일방적 시각으로 재판 결과를 매도하는 형태가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된 데는 정치적 편갈이 등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판사들의 소양과 자세도 문제라는 대법원장의 자성에 더 주목하게 된다.

양 대법원장은 “재판에 대한 신뢰와 승복은 법관에 대한 존경과 믿음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며 “사회적 논란이나 시류에 휩쓸림 없이 오로지 법의 정신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판단한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되는 지적이다. 문제는 대법원장의 이 언급과 반대로 가는 판사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설익은 훈계, 훈시가 넘쳐나고 법리와는 상관도 없는 엉터리 인생철학까지 마구 설파되면서 판사들은 때로 법정의 작은 독재자가 되곤 한다. 최근 기업인 재판에서 드러났듯 인격모독도 빈번하다. 김일성 참배를 동방예의지국 운운하며 옹호하는 판이고 시위대의 도로 무단점거에 무죄판결은 다반사다. 재판부의 독립과 법관 양심의 자유를 멋대로 해석한 결과다. 며칠 전 신임 법관 임명식 때도 대법원장은 얕은 정의감과 설익은 신조를 내세우다가 재판 독립에 해를 끼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판사들은 늘 재판 독립을 외친다. 재판 독립은 삼권분립의 중요한 원칙이지만 제멋대로 재판할 자유는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법원 스스로 합리적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 재판이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으려면 국민의 신뢰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