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과연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대답하지 못한다. 창의성에 대한 공통의 정의가 없으니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실체를 알지 못하고 명확한 방향도 없다 보니 창의성에 대해서는 막연한 환상만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창의적인 인물들이 갖는 특징을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창의성이 한 개인에 의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단선적일 수 있다. 하지만 창의성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부터 강한 호기심과 의지력를 길러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왕성한 호기심 때문에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호기심 해소를 위한 탐구에 극도로 몰입하는 법을 익히고 그에 익숙해졌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닭처럼 달걀을 품고 있었다거나, 아이폰으로 창의와 혁신의 상징이 된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어릴 적부터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유별났다는 것 등은 잘 알려진 일화다. 뭔가를 이해하려는 욕구는 반드시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느낌과 한데 어우러져야 하고 지성과 통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상력 넘치는 통찰을 낳을 수 있다. 느낌과 직관은 합리적 사고의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 사고의 원천이자 기반이다.
두 번째는 현장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흔히 창의적인 인물들은 독선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전적으로 혼자만의 작업으로 역사를 바꾸는 결과를 내놓지는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토론 문화와 귀족들이 예술가들을 적극 후원했던 르네상스 시기를 생각해 보면 이 점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특히 각 분야의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현대에선 어느 누구도 자신이 속한 분야를 등지거나 홀로 떨어져 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창의성만큼이나 소통이 중시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 번째는 노년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이다’와 ‘라 트라비아타’ 등의 오페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80살까지 작곡 활동을 했다.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의 나이는 70대이며,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나이를 먹어도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세상에 관심을 가지며 영역을 넓히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창의성은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다. 이제까지 인류가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아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창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의성이 고갈된다면, 미래의 인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좁게 보면 이는 조직과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창의성이 없는 조직은 건강하게 운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창의성이 부족한 개인은 삶이 주는 커다란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셈이다.
노형진 < 한국제안활동협회장 (경기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