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재 경제상황이 과거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에 진입하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8일 '일본으로부터의 교훈 : 디플레 경계심 높여야'라는 보고서에서 "물가가 전례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경기회복세도 빠르지 않다"며 "그런데도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완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온 '저성장·저물가 장기화' '구조적 내수저하' '통화가치의 고평가 현상'이 현재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 동안 한국은행 물가 목표 범위 하한인 2.5%를 밑돌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작년 3월 이후 2 1개월 연속1%대에 머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의 원화절상으로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던 1999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근로시간 축소도 겹치면서 잠재성장률도 지속적인 하락세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를 시작하며 소비성향도 낮아지고 있다.

강 연구원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라 원화절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역시 과거 일본처럼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가 개선되며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도 등장하겠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한 단계 떨어지며 장기적인 물가상승률은 과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장기간 물가상승률이 목표범위 하한을 밑돌면 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 기조를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 2.5%인 현 정책금리는 낮은 수준이지만 저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발, 자산가격 거품 형성과 같은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가치 절하와 같은) 부작용 역시 최근의 원화절상 현상이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