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해 8일 이어도를 포함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선포했다. 1951년 미국의 일방적인 KADIZ 설정 이후 62년 만에 확대한 것이자, 중국 측 발표가 있은 지 보름 만에 이루어진 신속한 조치다.

정부가 이날 선포한 새로운 KADIZ는 남쪽 부분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시켜 마라도와 거제도 남단 홍도, 우리의 관할수역인 이어도까지 포함했다.

새로운 KADIZ는 관보와 항공 고시보를 통한 고시 절차와 전파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 7일간의 준비기간을 둔 뒤 오는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는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들어 있던 마라도와 홍도 일부 상공을 포함해 우리 영공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 미래 해양자원 보고인 이어도 수역에 대한 관할 의지도 반영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한 지 15일 만에 신속하게 조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주변국의 행동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제주도 남쪽 KADIZ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까지 확대해 일치시킨 것은 국제적인 규범에 맞추고 주변국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별개의 개념이지만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20여개 국이 설정해 운용하는 등 국가안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항공기 식별과 위치 확인, 통제 등을 위한 목적으로 설정, 운용된다.

전문가들은 주변국에 둘러싸이고 영공 외곽에서 전략적 지역까지 거리가 짧은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특성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3월 미국 태평양 공군은 중공군이 개입한 뒤 MIG-15 전투기와 IL-28 폭격기 공습 위험성이 제기되자 K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국제법에 따라 영해가 3해리에서 12해리로 확대되고 비행정보구역(FIR)이 설정되면서 당시 선포된 KADIZ가 현실에 맞지 않고 국제적인 규범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리 영공인 마라도와 홍도 남단 일부 상공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들어가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는 중국의 이번 움직임을 계기로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에서 이번에 KADIZ 확대를 결정하고 선포했다.

그러나 정부가 1951년 미측의 일방적인 설정 이후 62년 만에 KADIZ를 확대한 것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KADIZ 확대에 따라 이 구역에 불시에 들어온 항공기를 감시·식별하는 군사능력과 원거리 투사 전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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