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 명창의 쩡쩡 울리는 소리 압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4~18일 공연할 창극 '배비장전' 연습실 가보니…
“호치(皓齒·희고 깨끗한 이) 하나 빼어주시면 손수건에 싸서 백옥함에 넣어 두고 임의 얼굴 보고플 제 종종 내어 설움 풀고, 소녀 죽은 후에라도 관 속에 지녀 가면 합장일체 아니될까 그 아니 다정하오. 어서요!”
지난 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한 연습실. 창극 ‘배비장전’ 연습이 한창이다. 기녀 애랑(박애리)이 이별을 빙자해 정비장(김학용)의 재물부터 두루마기, 모자, 보검을 빼앗는다. 그것도 모자라 이까지 뽑아달라며 거짓 울음을 보인다. 애랑의 간청에 정비장은 장도리를 대령하라며 승낙한다. 이를 빼려고 온 공방고자를 보곤 겁에 질려 “너 이 좀 빼 보았느냐?”고 묻는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지난해 초연 당시 평균 90%에 가까운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배비장전’이 오는 14~18일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오은희 작가와 연극 ‘리어왕’의 이병훈 연출가가 손잡고 만든 코미디 창극. 안숙선 명창이 창을 만들고, 황호준 작곡가가 음악을 맡았다.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달리 깨끗하고 고고하다며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던 배비장이 제주 기녀 애랑의 유혹에 넘어가는 과정을 담은 해학극이다.
이날 연습실에선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출연을 위해 대기 중이던 창극단원들이 동료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웃음을 참지 못한 것. 도사공 역을 맡은 윤충일 명창(79)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용왕전에 제수를 바치며 고사 지내는 장면에선 현란한 몸동작으로 모두를 탄복하게 만들었다. 윤 명창은 2011년 국립창극단에서 정년퇴임한 뒤 이번 공연에 객원 단원으로 깜짝 출연한다. 79세란 나이가 밑기지 않게 소리가 쩌렁쩌렁했다.
배비장 역의 최연소 단원 김준수의 몰입도 인상적이다. 이병훈 연출가와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작품을 다듬어나갔다. 배비장이 “에헴” 하며 내보이는 손동작 하나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했다.
중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대극장인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넓어진 무대는 다양한 구성으로 채운다. 작품의 배경인 제주를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단원들이 제주 토속춤을 배웠고, 제주 민요를 첨가했다. 무대 구성도 바뀐다. 객석과 객석 사이 통로에 패션쇼의 런웨이 같은 가설무대를 설치한다. 객석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서다. 배비장은 남상일과 김준수가, 애랑 역은 박애리와 이소연이 번갈아 공연한다. 2만~7만원. (02)2280-4115~6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지난 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한 연습실. 창극 ‘배비장전’ 연습이 한창이다. 기녀 애랑(박애리)이 이별을 빙자해 정비장(김학용)의 재물부터 두루마기, 모자, 보검을 빼앗는다. 그것도 모자라 이까지 뽑아달라며 거짓 울음을 보인다. 애랑의 간청에 정비장은 장도리를 대령하라며 승낙한다. 이를 빼려고 온 공방고자를 보곤 겁에 질려 “너 이 좀 빼 보았느냐?”고 묻는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우스꽝스럽다.
지난해 초연 당시 평균 90%에 가까운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배비장전’이 오는 14~18일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오은희 작가와 연극 ‘리어왕’의 이병훈 연출가가 손잡고 만든 코미디 창극. 안숙선 명창이 창을 만들고, 황호준 작곡가가 음악을 맡았다.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달리 깨끗하고 고고하다며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던 배비장이 제주 기녀 애랑의 유혹에 넘어가는 과정을 담은 해학극이다.
이날 연습실에선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출연을 위해 대기 중이던 창극단원들이 동료 배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웃음을 참지 못한 것. 도사공 역을 맡은 윤충일 명창(79)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용왕전에 제수를 바치며 고사 지내는 장면에선 현란한 몸동작으로 모두를 탄복하게 만들었다. 윤 명창은 2011년 국립창극단에서 정년퇴임한 뒤 이번 공연에 객원 단원으로 깜짝 출연한다. 79세란 나이가 밑기지 않게 소리가 쩌렁쩌렁했다.
배비장 역의 최연소 단원 김준수의 몰입도 인상적이다. 이병훈 연출가와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피며 작품을 다듬어나갔다. 배비장이 “에헴” 하며 내보이는 손동작 하나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했다.
중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대극장인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넓어진 무대는 다양한 구성으로 채운다. 작품의 배경인 제주를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단원들이 제주 토속춤을 배웠고, 제주 민요를 첨가했다. 무대 구성도 바뀐다. 객석과 객석 사이 통로에 패션쇼의 런웨이 같은 가설무대를 설치한다. 객석과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서다. 배비장은 남상일과 김준수가, 애랑 역은 박애리와 이소연이 번갈아 공연한다. 2만~7만원. (02)2280-4115~6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