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는 좌우 진영 간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 등은 서울역 광장 등에서 ‘정권 규탄 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같은 시간 재향경우회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두 시위는 깊게 상처나고 갈라진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진영은 물과 기름처럼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적대적 관계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나와 우리 편만이 옳다는 비뚤어진 선악 개념이 지배한다. 그러다 보니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없고 상대방에 대한 증오만이 정국과 여론을 지배하고 있다. 오죽하면 나라를 둘로 쪼개야 할 판이라는 탄식까지 나오겠는가.

지난 주말의 시위는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광우병 촛불 시위부터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갈등은 갈수록 골이 더 깊어만 간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터키에 이어 OECD 두 번째다. 이로 인한 비용만도 연간 82조~246조원이다. 사회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문제는 정치가 이를 의도적으로 확대재생산한다는 데 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어제 대선 불복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의 사회갈등은 정치적 극단세력이 만들어 내는 것들이 적잖다. 심지어는 사회전복을 획책하는 세력까지 버젓이 정치권에 똬리를 틀고 있다.

갈등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대화와 소통이다. 그러나 소통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공존을 위한 차선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법치를 제대로 세우는 것뿐이다. 행정은 물론 사법과 입법조차 진영 논리에 휘둘려 법치가 실종된 요즘이다. 서울시가 촛불집회 시위대의 과태료 징수를 포기한 것부터 그렇다. 하지만 최소한의 법치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사회통합은 고사하고 국가 존립조차 위협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