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들이 세계 TV시장에선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TV용 패널시장에선 나 홀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널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정부는 자국 업체들을 지원하는 데 비해 한국 정부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시장 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한국 업체의 TV용 패널시장 점유율은 46.2%로 집계됐다. 54.2%이던 지난해 3분기 누적 점유율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경쟁 국가들의 점유율은 모두 높아졌다. 1년간 대만 업체들의 점유율은 29.7%에서 32.6%로, 중국 업체들은 6.3%에서 10.4%로 각각 상승했다. 최근 몇 년간 하락했던 일본 업체 점유율도 9.8%에서 10.8%로 소폭 올랐다. 한국산 패널 사용은 줄었지만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TV 제조사 점유율은 42.4%에서 42.3%로 큰 변화가 없었다.

국내 패널 업체들은 정부 정책 방향이 이런 현상을 가져왔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 대만, 일본 정부는 투자 지원책과 세제 혜택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있던 혜택까지 없애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중국은 액정표시장치(LCD)를 비롯한 첨단기술사업 법인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대만도 LCD 업체에 법인세를 감면하고 관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없앤 데 이어 올해는 해외 LCD 장비에 부과하던 할당관세도 폐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일본 샤프의 대주주로 올라선 뒤 샤프 패널 사용을 늘린 것도 한국 패널 업체들이 고전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국가 업체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계속한다면 결국 중국과 대만 업체에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