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GC에서 8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4시즌 개막전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를 제패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가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GC에서 8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4시즌 개막전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를 제패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가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골프 천재’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6)가 프로 데뷔 이후 최단기간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리디아 고는 8일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4시즌 개막전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총상금 80만달러) 사흘째날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5만달러.

지난 10월23일 프로 전향을 선언한 뒤 두 번째 대회에 출전한 리디아 고는 1개월17일 만에 우승해 지난해 김효주가 작성한 프로 최단기간 우승 기록(2개월11일)을 갈아치웠다.

리디아 고는 이날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 랭킹 5위 유소연 등 대선배들과의 동반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은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올 시즌 첫승에 바짝 다가서는 듯했다. 9번홀(파4)에서는 페어웨이우드 두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세우는 ‘이글성 버디’를 기록했다.

1타차 2위였던 리디아 고는 1번홀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5, 6번홀에서 잇따라 9m와 10m짜리 긴 버디 퍼팅을 낚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리디아 고는 “9m 이상 버디 퍼트는 1년에 한 번도 안 들어가는데 이번에 두 홀 연속 들어가 나도 모르게 ‘주먹 세리머니’까지 나왔다”며 “올해는 홀에서 10m 이상 멀어지면 3퍼트가 나올 것 같아 불안할 정도로 퍼팅이 안됐다”고 말했다.

10번홀에서 유소연이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보기를 범하는 사이 리디아 고는 10, 11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낚으며 첫 공동 선두를 이뤘다. 리디아 고가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면서 유소연이 1타 차 선두가 됐으나 곧이어 14번홀(파3)에서 유소연이 결정적인 4퍼트 실수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1타 차 2위로 내려갔다.

리디아 고는 16번홀(파4)에서 1.5m 버디를 잡으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유소연은 이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무릎을 꿇었다. 유소연은 경기 후 “오늘 퍼트는 좋지 않았지만 샷은 좋았다. 행운이 따르지 않았고 16번홀에선 공이 잘 맞아서 멀리 갔는데 러프에 빠졌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유)소연 언니가 5m 퍼트를 너무 잘해 퍼팅이 다 들어갈 것만 같았다”고 했다.

‘골프 여제’ 박인비와 첫 동반라운드를 한 리디아 고는 “인비 언니는 퍼팅이 ‘짱’이다. 어떤 거리에서도 퍼팅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초청 선수로 이 대회에 나온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KLPGA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획득했다. 만 17세가 되는 내년 4월 입회 신청을 마치면 2년간 국내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리디아 고는 “내년에 미국 LPGA투어에 전념할 계획이어서 한국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국에서 한 번도 대회를 뛰어본 적이 없어 불러주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조만간 외국 기업과 후원 계약을 할 예정이다. 그는 “메인 스폰서, 용품사 등과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 중이고 거의 사인만 남아 있다”며 “한국 기업은 아니고 외국 기업이며 내년 1월 첫 대회가 될 미 LPGA투어 개막전 바하마 대회 이전에 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목표에 대해 “올해 20개 대회를 뛰었는데 내년에는 3~4주 연속 대회에 나가는 등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해야 해 많이 힘들 것 같다”며 “올해만 골프하는 게 아니라 10년 이상 해야 하니까 즐기면서 치고 싶다”고 설명했다.

1라운드에서 생애 베스트 스코어인 9언더파 63타를 친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 티샷을 두 차례 OB 내면서 4오버파 76타로 주저앉은 뒤 이날 2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3위를 기록했다.

타이베이=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