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정보 집적 일원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하고 있는 보험 관련 25개 항목의 정보수집 행위가 인권 침해라며 한 소비자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 고발은 25개 항목의 보험정보 수집을 허용한 당국의 조치가 인권 침해라는 주장이라 논쟁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다시 불거진 '보험 질병정보 수집' 논란

○“과도한 정보수집은 인권 침해”

인권위는 9일 “금융위원회가 생보협회에 보험 가입자의 질병정보를 집적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에 대해 기초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4일 ‘금융위의 조치로 인해 보험 가입자들이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 원칙을 크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생보협회는 1998년 ‘개별 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 지정받아 생명보험업계 여신거래정보를 집적해왔다. 2002년 보험계약과 보험금 지급 관련 정보 등 총 36개 항목을 집적 정보로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고, 금융당국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보험계약 정보와 보험금 지급일자, 지급 사유 등 25개 항목의 수집을 승인했다.

하지만 생보협회는 민감한 진단 정보와 질병 정보 등 금융당국에서 허락받은 것보다 많은 정보를 무단수집해오다 지난달 승인 범위를 초과한 보험정보에 대한 즉시 파기 등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인권위 고발에 대해 금융위와 생보협회는 “보험계약 때 개인정보 동의를 받은 사안이라 인권 침해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보 관리체계 재점검해야

보험정보 집적과 활용에 대한 논란은 십수년째 반복되는 난제다. 보험정보란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의 이름, 나이,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기본 정보부터 보험금 지급일자, 지급이나 거절 사유, 그리고 관련 병원과 의사 정보까지 모두를 일컫는다. 질병명, 장해 부위, 출산 관련 정보, 수술명과 수술 수위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

정보활용 가치가 높아 각 기관의 이권 다툼도 심하다. 보험개발원은 보험개발원을 보험정보원으로 확대 개편해 정보를 총괄 집적,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정보가 여러 개 기관에 분산돼 있으면 보험사기에 활용되거나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금융위도 이에 공감해 올초 보험정보원 설립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재 정보 수집기관인 생명·손해보험협회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금융위는 “당분간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추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회사 임원은 “보험정보 집적과 활용에 대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며 “미봉책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고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본격 검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