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화폐 없는 사회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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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동전이나 지폐 등 실물 화폐 대신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해 머지않아 ‘화폐 없는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스톡홀름의 한 은행 지점에 강도가 들었으나 은행에 현금이 없어 빈손으로 물러갔다고 AFP 통신이 8일 특집기사로 소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계를 보면 스웨덴의 상거래 가운데 73%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이뤄진다. 온라인 거래까지 포함하면 현금 사용 비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동전이 없는 행인이 늘어나 거리에서 잡지를 파는 노숙자들이 곤란을 겪자 잡지사 중 한 곳인 ‘시추에이션 스톡홀름’은 노숙자들에게 최근 카드리더기를 나눠줬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웨덴의 음악 밴드 ‘아바’를 기념하는 박물관도 최근 개관하면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로만 입장료를 받고 있다. 길거리의 핫도그 가게에서부터 세금 납부까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버스도 대부분 현금을 받지 않고 카드로 결제된다.
스웨덴의 카드 사용 비율은 그리스나 루마니아 같은 남동유럽 국가의 현금 유통비율이 9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대비된다. 올해 초 화폐 사용 감소와 관련해 보고서를 낸 스톡홀름 왕립 기술연구원의 니클라스 아르비드손 연구원은 “현금 없는 사회가 곧 도래할 것” 이라며 “아마도 현금은 최소한도, 또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드 사용 늘어나면 동전이나 지폐 제조와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오랜 실업으로 신용도가 낮은 이들은 카드보다 현금에 더 의존해 불리하다.
은행 잔고가 없거나 신용이 불량해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이들은 버스를 탈 수 없어 결국 걷거나 지하철 무임승차 이외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스웨덴 구세군의 라이프 외베그 개발국장은 전망했다. 카드가 현금을 대체하는 추세에서 소규모 가게들이 높은 카드 수수료 부담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수료를 제하고도 수익을 내려면 일정 규모 이상 팔아야 하고 그래야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가게가 받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큰 실정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당분간 현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2015년까지는 화폐를 계속 발행할 예정이다. 스웨덴 중앙은행 발권 담당 책임자는 “화폐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화폐가 사라질지는 소비자로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