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신입사원 이상목(왼쪽)·김민지 씨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에 있는 한류스타 체험거리 ‘스타 애비뉴’에서 쇼핑백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들은 “면세점인에게 필요한 역량은 외국어와 소통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롯데면세점 신입사원 이상목(왼쪽)·김민지 씨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에 있는 한류스타 체험거리 ‘스타 애비뉴’에서 쇼핑백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들은 “면세점인에게 필요한 역량은 외국어와 소통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여행을 앞둔 흥분과 해방감으로 출국장을 나서는 이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비행기가 아닌 면세점이다. 중세 대항해 시대 여행자를 위해 음식과 물건을 공급하는 상인에서 시작된 면세점이 지금은 국제공항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됐다.

1980년 1월 국내 최초 종합면세점으로 출발해 어느새 34세의 청년이 되어 국내 1위, 글로벌 4위로 성장한 롯데면세점을 찾았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9~11층에 있는 소공점은 올해 예상 매출액만 1조5000억원으로, 전체 9개 영업점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큰 매장이다.

쉬는 날에도 쇼핑센터나 로드숍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브랜드와 최신 유행 트렌드를 관찰한다는 ‘쇼핑남’ 이상목 씨와 부모님이 계시는 중국 베이징을 자주 오가며 면세점이 친근해졌다는 김민지 씨를 만났다. 재미와 취미가 직업이 된 이들의 입사과정을 들어봤다.

○‘롯데 아이디어 공모전 입상’이 계기

이씨는 2011년 ‘제2회 롯데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면세부문 2등으로 입상했다. 주제는 ‘인도네시아 시내면세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마케팅 전략’. 그는 “한국의 추석 같은 인도네시아 ‘르바란’을 앞두고 스마트폰으로 선물 아이템을 제시한 게 입상 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아이디어 공모전 입상자 모두에게는 그룹 인턴십 기회와 상·하반기 공채 지원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준다. 함께 공모전에 입상한 후배 1명은 올 8월에 입사했다. 이씨는 취준생을 위해 입사와 연계된 공모전을 노리는 것도 성공 취업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공모전 입상 혜택으로 이씨는 작년 여름 두 달 동안 롯데면세점 서울 코엑스점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더운 날씨에 넥타이를 매고 물건을 나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웨딩박람회가 열린 코엑스에 가서 관람객들에게 롯데면세점 홍보물을 나눠주는 일도 즐겁게 했다. 두 달 인턴 후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주제는 ‘지방고객 유치를 통한 매출 활성화’였다. 그는 평소 생각했던 지방 거점도시를 위한 마케팅전략을 제시했다.

인턴이 끝날 무렵에 보는 임원면접 때 이씨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삼성 측 변호사라면 어떻게 변호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올 1월 롯데면세점에 입사한 이씨는 3개월간 잠실점에서 고객응대 유통서비스를 배운 뒤 4월부터 기획팀에서 예산과 손익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 평촌에 사는 이씨는 매일 오전 6시40분께 집을 나선다. “9시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8시10분쯤 도착해 여유있게 하루를 시작하고 계획하려고 하고 있어요.”

면세점 직원에게 필요한 역량은 뭘까. “롯데그룹에서 해외사업을 가장 활발히 하는 계열사 중 하나가 면세점이죠. 더 많은 기회를 잡으려면 외국어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기에 사회현상을 잘 이해하고 소비자 행동을 예측·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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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서 많이 쓰는 용어는 ‘트렌드’

김씨는 올 1월 동계 인턴십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케이스다. 그의 자소서 작성 팁은 의외로 단순했다. “뻔한 대답보다 나에게만 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을 쓰려고 했어요. 중국 베이징을 오가며 느꼈던 롯데면세점 체험기와 대학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썼어요. 면접관들께서도 흥미롭게 관심을 보여 주셨던 것 같아요.”

2개월 인턴생활 중 중간평가로 UCC 팀프로젝트와 영어면접을 본다. 김씨는 “영어면접은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것을 묻기 때문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인턴 막바지의 임원면접에선 왜 회사가 자신을 뽑아야 하는지, 자신을 어필하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씨는 면세점에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필요한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했다. “다른 부서와 함께 기획해 업무를 수행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역량이 외국어 능력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그는 여기에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는 센스가 있다면 틀림없는 ‘면세점인’이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 8월 입사해 11월 초부터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일하고 있다. 영업점 특성상 그의 하루 시작은 ‘전날 매출확인’이다. “영업점은 하루하루 매출을 중시하죠. 주요 매장과 브랜드 특이사항을 체크하는 일도 중요한 일과입니다.”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는 뭘까. “신사동의 유명 브랜드를 보면서 우리가 상품화하면 손익이 어떻게 될지, 유명 연예인이 입은 의류나 액세서리가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분석합니다. 한마디로 ‘트렌드’에 민감해지죠.” 최근 롯데면세점의 인기품목은 패션 의류, 가방, 신발, 액세서리 ‘블랙마틴싯봉’이라고 알려줬다.

면세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다. 매장 직원은 오전반(오전 9시~오후 6시) 과 오후반(낮 12시~오후 9시) 2개조로 근무한다. “온종일 서서 고객을 응대해야 하지만 교대근무를 하면서 얼마든지 쉴 수 있고 주말근무는 평일에 대체해 쉴 수 있어 문제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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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경 인사담당 매니저 "롯데면세점 입사하려면 협상력·근성 갖춰야"


올 하반기 롯데그룹 채용에서 롯데면세점 지원자는 2000여명이었다. 이 중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는 10명뿐이었다. 200 대 1의 경쟁률이다. 이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특징은 뭘까.

김기경 롯데면세점 인사담당 매니저(사진)는 ‘협상력과 근성’을 꼽았다. “고객 또는 기업들과 협상이 필요한 업무가 많기에 상대를 설득해 결과를 이끌어내는 협상력과 자부심을 갖고 주어진 일을 끝까지 완수해내려는 근성있는 사람들이 적응력과 업무성과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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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뽑는 주된 직무는 상품기획(MD)·영업마케팅·경영지원 분야다. 이 중 MD직무 경쟁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그는 “면접관들이 갈등상황에서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해낸 경험이 있는지를 묻곤 한다”고 소개했다.

롯데면세점은 매년 상·하반기 두 번의 채용을 통해 20~30명의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롯데면세점 입사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세 가지다. 롯데그룹의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여름 인턴십, 공채 등이다. 롯데 공모전의 장려상 이상 입상자 전원(올해는 15개사 120명이 수상)에게는 인턴십 기회를 부여하거나 공채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여름 인턴십에선 30~50%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롯데면세점의 직원은 모두 950여명. 이 중 670명이 영업직원이고 마케팅 70명, MD 80명, 경영지원 100여명이다. 여성 인력이 전체 70%를 차지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