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우선株, '꿩 대신 닭' 아니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BOA메릴린치가 9일 삼성전자 우선주 목표주가를 210만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와 동일한 금액이다. 우선주에 목표주가가 포함된 분석 보고서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의결권 가치를 뺀 만큼 보통주보다 싼값에 거래된다. 하지만 우동제 BOA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30%에 달하는 오너 일가와 계열사 지분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면서 “우선주 주가가 쌀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가총액 규모가 커 글로벌 벤치마크에 편입돼 있다는 점은 지금보다 높은 가격대에 거래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MSCI 한국지수 내 삼성전자 우선주의 비중은 3.3%로 삼성전자(25%) 현대차(6%) 포스코(3.4%) 다음으로 높다.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준다는 점도 매력 요인 중 하나다. 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은 향후 2~3년간 1000억달러 규모로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회사 측이 배당 우호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향후 3년간 시가 배당률이 2~3% 선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우선주는 채권과 비슷한 미국 우선주보다, 의결권 가치는 낮고 배당을 더 주는 브라질 우선주와 비슷하다”며 “최대 20%였던 페트로브라스(국영석유회사)의 우선주 할인율이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처럼 삼성전자 우선주의 보통주 대비 주가 할인율도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이날 6000원(0.61%) 오른 98만8000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주가가 15.9% 뛰면서 작년 말 44%였던 보통주와의 주가 괴리율은 이날 32%(삼성전자 종가 145만4000원)로 줄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