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몬다비가 반한 'LG생건 기술력'
미국의 대표적 와인 회사인 몬다비가 개발한 고급 화장품 ‘다비’를 LG생활건강이 국내에서 전량 생산, 역수출하기 시작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충북 청주공장에서 다비 화장품을 제조, 미국 다비 본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LG생건과 미국 다비는 올초 다비화장품의 개발 생산 및 아시아지역 판매를 LG생활건강이 맡기로 제휴했다.

다비는 몬다비 가문이 피부 전문가들과 공동 개발해 2004년 내놓은 화장품이다. 포도밭으로 유명한 미국 나파밸리의 노동자들이 강한 햇빛을 받으며 일하는데도 건강한 피부를 유지한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세계 10대 특급호텔로 꼽히는 페닌슐라호텔 객실에 비치돼 있고, 2011년부터는 대한항공 1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휴대용 화장품으로 공급되고 있다. 당시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 화장품을 들여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다비 화장품은 포도라는 자연에서 나왔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생산 초기에는 물량이 많지 않아 비싼 가격에 팔렸으며, 최근 대중용으로 공급하고 있는 ‘르 그랑크뤼 크림’(사진)이 15만5000원에 팔리고 있는 고가 브랜드다.

주동운 LG생활건강 다비 담당 ABM(어시스턴트브랜드매니저)은 “다비 본사에서 ‘시슬리’에 견줄 만한 고가 화장품의 개발을 의뢰해 왔다”며 “이 제품은 미국에서 먼저 출시한 뒤 한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비벌리힐스의 다비 본사 1층에 내년 초 문을 열 다비 쇼룸(제품 전시·체험공간)도 직접 디자인했다. 자체 연구소를 통해 다비 전 제품의 제형과 디자인을 새단장했고, 손에 꼽을 정도였던 제품 종류도 37종으로 늘렸다. 인수합병(M&A)만 안 했을 뿐이지 사실상 운영 전반에 참여하는 셈이다.

LG생활건강은 현재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네 곳뿐인 다비의 국내 매장을 내년 상반기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발판으로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판매도 준비 중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