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분기부터 최소 가입액 5000만원으로 제한…220조 특정금전신탁 시장서 중산층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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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는 '특정인을 위한' 신탁
증권사·은행·보험사 등 수수료 수입 급감에 반발 "부유층 전유물로 만드나"
1인당 평균 가입액 4800만원, 신탁 해지…갈아타기 잇따라
증권사·은행·보험사 등 수수료 수입 급감에 반발 "부유층 전유물로 만드나"
1인당 평균 가입액 4800만원, 신탁 해지…갈아타기 잇따라
서울 서초동에 사는 송모씨(70)는 9일 거래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 들러 작년 여름 가입한 특정금전신탁 중 일부를 해지했다. 신탁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소식을 들어서다. 송씨는 “정기예금보다 괜찮은 수익을 내왔지만 요즘 분위기가 어수선해 해지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특정금전신탁의 가입금액을 최소 50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자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220조원 규모인 관련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회사들은 “특금신탁을 부유층의 전유물로 만드는 조치”라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잇단 규제… 성장세 꺾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특금신탁 잔액은 221조2225억원으로, 전달(229조5932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이 상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증권사들의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증권사 잔액은 117조3538억원에서 110조3317억원으로 6.0% 줄었다. 해마다 20%가량 증가해온 특금신탁 잔액이 꺾인 것은 이례적이다. D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특금신탁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고객 발길이 줄었다”며 “8월 동양사태가 불거진 이후엔 타격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은행 창구에서도 신탁 상품을 해지하고 일반 예금이나 펀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특금신탁에 가입하려면 1인당 5000만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을 고치겠다고 입법 예고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금신탁이 일반 펀드처럼 인식되면서 피해자가 양산된 측면이 있다”며 “내년 2분기부터 신탁 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중산층 다 떠난다”
특금신탁 잔액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자 신탁업을 하고 있는 57개 금융사들은 적극 대응 방침을 정했다. 증권사 신탁부문장들은 지난달 말 긴급 모임을 갖고 “규제의 강도가 지나쳐 특금신탁 산업이 고사될 위기”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S증권사 관계자는 “중산층도 많이 가입하는 금융상품 중 최소 투자액을 법으로 정한 게 있느냐”며 “고객의 투자기회를 원천 박탈하는 조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국에 따르면 특금신탁의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4800만원 안팎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을 많이 편입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의 경우 1000만~2000만원씩 넣는 개인고객이 많다. K증권사 측은 “한 번에 5000만원 이상 넣으려면 금융자산을 적어도 수억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며 “특금신탁 시장에서 중산층은 다 떠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법인보다 개인고객 비중이 큰 국민·신한 등 은행권 움직임도 분주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액 제한을 없애거나 최소 가입액을 낮추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적립식 신상품의 영향으로 올 들어 유치한 특금신탁의 절반 이상이 5000만원 미만”이라며 “법이 시행되면 은행 수익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특정금전신탁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의 고객이 돈을 맡기면서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특정 기업 주식 등을 사달라고 지정하는 금융상품. 투자일임업과 비슷하지만 자산 소유권이 증권사 등 신탁사로 넘어가는 점이 다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정부가 내년부터 특정금전신탁의 가입금액을 최소 50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자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220조원 규모인 관련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회사들은 “특금신탁을 부유층의 전유물로 만드는 조치”라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잇단 규제… 성장세 꺾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특금신탁 잔액은 221조2225억원으로, 전달(229조5932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이 상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증권사들의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증권사 잔액은 117조3538억원에서 110조3317억원으로 6.0% 줄었다. 해마다 20%가량 증가해온 특금신탁 잔액이 꺾인 것은 이례적이다. D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특금신탁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고객 발길이 줄었다”며 “8월 동양사태가 불거진 이후엔 타격이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은행 창구에서도 신탁 상품을 해지하고 일반 예금이나 펀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특금신탁에 가입하려면 1인당 5000만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을 고치겠다고 입법 예고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금신탁이 일반 펀드처럼 인식되면서 피해자가 양산된 측면이 있다”며 “내년 2분기부터 신탁 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중산층 다 떠난다”
특금신탁 잔액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자 신탁업을 하고 있는 57개 금융사들은 적극 대응 방침을 정했다. 증권사 신탁부문장들은 지난달 말 긴급 모임을 갖고 “규제의 강도가 지나쳐 특금신탁 산업이 고사될 위기”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S증권사 관계자는 “중산층도 많이 가입하는 금융상품 중 최소 투자액을 법으로 정한 게 있느냐”며 “고객의 투자기회를 원천 박탈하는 조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국에 따르면 특금신탁의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4800만원 안팎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을 많이 편입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의 경우 1000만~2000만원씩 넣는 개인고객이 많다. K증권사 측은 “한 번에 5000만원 이상 넣으려면 금융자산을 적어도 수억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며 “특금신탁 시장에서 중산층은 다 떠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법인보다 개인고객 비중이 큰 국민·신한 등 은행권 움직임도 분주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액 제한을 없애거나 최소 가입액을 낮추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적립식 신상품의 영향으로 올 들어 유치한 특금신탁의 절반 이상이 5000만원 미만”이라며 “법이 시행되면 은행 수익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특정금전신탁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의 고객이 돈을 맡기면서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특정 기업 주식 등을 사달라고 지정하는 금융상품. 투자일임업과 비슷하지만 자산 소유권이 증권사 등 신탁사로 넘어가는 점이 다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