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중국 수묵화의 대가 왕즈화 씨.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중국 수묵화의 대가 왕즈화 씨.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릴수록 잎이 더욱 우거지게 되는 것처럼 전통예술의 정신을 계승해야만 현대미술도 풍성해집니다.”

최근 중국과 홍콩 일본 등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 수묵화의 대가 왕즈화(王志華·50)씨의 회화에 대한 입장은 확고했다.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오는 12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왕씨는 마치 중국 전통회화의 전도사처럼 대화를 풀어나갔다.

한때 불가에 몸담기도 했던 왕씨는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허베이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한동안 서양화가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전통미술에 눈을 떠 중앙미술학원과 베이징미술원에서 중국화를 공부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서구 현대미술의 액션페인팅을 연상케 하는 대담하고 즉흥적인 필획이 두드러진다.

그는 “여백을 많이 둔 작품은 중국 전통을 계승한 작품이지만 공간을 꽉 채운 수묵채색화는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면서도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도 정신적으로는 중국화를 계승한 것”이라고 했다. 겉모습은 서양화 같지만 본질은 중국화라는 얘기다.

초서에서 볼 수 있는 대담하고 서예적인 필선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화가들은 그림과 글씨를 하나로 봤다”며 “둘이 하나로 융합되는 서화일치(書畵一致)의 경지를 이루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도 동양화와 서양화, 글씨와 그림의 융합·절충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전통 풍속화와 나한도(덕이 높은 고승을 그린 그림)를 즐겨 그린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개그맨 강호동의 초상화도 함께 내놨다. 한·중 지도자의 초상을 그린 데 대해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박 대통령 초상은 지난 방중 때 중국 현지 텔레비전에서 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강단 있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단다.

왕씨는 이번 전시회의 작품 판매수익금 일부를 다문화가정 후원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자선활동을 해왔다”는 그는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도 이재민을 돕기 위해 작품을 기증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중국과 오랜 역사를 함께한 친구이자 나의 작품 세계를 펼치고자 소망했던 나라”라며 “이번 전시가 한·중 예술인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중관계의 뿌리가 깊은 만큼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리라는 확신이 그의 얼굴에 가득해 보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베이징 원방예항문화예술유한공사와 방송인 이상벽 씨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