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동산 살려야 '일본식 침체' 막는다
최근 들어 한국 경제가 일본형 장기침체로 빠져드는 게 아닌지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 경제가 왜 장기침체에 빠졌는지 살펴보고, 그 분석을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본 경제는 1960년대 말부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까지 오일쇼크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됐고, 이에 연동해 엔화 가치가 절상돼 왔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국제수지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국제환율제도가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되면서 구조적 흑자국가인 일본은 지속적인 엔고에 직면하게 된다.

일본은 이와 같은 무역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엔화가치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했을까. 일본 경제는 저부가가치 부품 산업을 저임금 국가로 이전해 생산한 제품을 수입, 완성품 생산과정에 투입하는 방식을 택한다. 핵심 부문은 고성능 시설로 대체해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엔고로 인해 올라간 생산원가를 떨어뜨린다. 나아가 기업을 철저히 구조조정한다.

이런 식의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를 더욱 확대시켰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경제의 수급 불균형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엔고에 대한 이런 대응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 엔화가치를 달러 대비 40%나 높인 플라자합의(1985년)에 대한 대처방식이었다.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일본 기업은 저금리라는 정책 환경을 활용해 저부가가치 부품류의 해외이전 및 재수입, 기업 내 불요불급 자원의 철저한 배제와 동시에 생산설비의 첨단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엔고에 대한 대응이 완료된 1990년께에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배로 커졌고, 이에 따라 일본 경제의 수급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일본 경제의 공급능력에 비해 내수가 구조적으로 축소됨으로써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엔화가치 상승과정에서의 이런 일본 경제의 대응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경제는 엔고를 적절히 활용해 내수를 활성화하기보다는 저비용 구조를 통한 가격경쟁력 유지에만 주력했기 때문에 내수가 상대적으로 위축됐고, 이것이 일본 경제 불황의 요인이 됐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이 최근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내수를 확대시키려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엔저·원고로 인해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당히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라고 하는 체질적 특성 때문에 수출은 계속해서 증가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고 아래에서의 수출 증가는 채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품질 경쟁력이 높아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다수의 기업들이 극히 취약한 수익구조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수출 관련 기업의 채산성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지나친 원고 현상은 시정돼야 한다.

또한 지금 한국 경제는 높은 가계부채가 내수 증가를 억제하고 있는데, 이 높은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은 부동산 가격 하락 및 부동산 거래 둔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를 적절히 조정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의 활성화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위의 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가 추진하는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대응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결국 지금 한국 경제로서는 원저(低) 유도와 내수 활성화를 통해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확대시키는 ‘확대균형’을 추진하는 것이 한국 경제도 살리고 세계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중앙은행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